[유회 국회…여야 표정]"합당후 첫 단합과시" 한나라당 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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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종필 총리' 는 일단 출범이 늦춰졌다.

한나라당이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 불참함으로써 표결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착잡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대책을 논의하기에 분주했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여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여야는 본회의 유회 직후 3당 총무회담을 열어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의 이견만을 확인한 채 돌아섰다.

즉각적인 본회의 개회를 요구한 국민회의 박상천 (朴相千).자민련 이정무 (李廷武) 총무에게 한나라당 이상득 (李相得) 총무는 의총의 결정을 통보하며 “총리인준을 철회하지 않는 한 본회의 불참을 계속할 것” 이라고 통보했다.

이정무 총무는 회의 중간 상기된 얼굴로 의장실을 뛰쳐나갔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운영위에서 의사일정을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제189회 임시국회는 30일 회기동안 계속된다” 고 설명했다.

○…이날 본회의 직전에 소집된 한나라당의 의원총회에는 소속의원 1백61명중 1백58명이 나타나 지도부에 '힘' 을 실어줬다.

불참 3인은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과 와병중인 최형우 (崔炯佑) 의원, 평소 임명동의를 주장한 이신행 (李信行) 의원이었다.

전날 의총에서까지 찬성론을 폈던 박세직 (朴世直) 의원에다 역시 찬성파인 김종호 (金宗鎬).정재문 (鄭在文).현경대 (玄敬大) 의원이 모두 참석했다.

이의를 제기한 의원도 없었다.

이날 의총에서 당지도부는 기권투표.백지투표가 아닌 본회의 불참을 결정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상득총무는 “과거 야당처럼 무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여러 방안을 강구했지만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 본회의 불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 밝혔다.

李총무는 “더구나 취임식날 외국 귀빈들이 입국한 상황에서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 자칫 여당쪽의 우격다짐으로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이한동 (李漢東) 대표는 불참결정이 만장일치의 박수로 동의를 받자 “합당 이후 처음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며 고무된 모습이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은 오후4시쯤 본회의장에 입장했으나, 김수한 국회의장이 사회를 거부하고 불참함에 따라 본회의장은 양당 합동의원총회장으로 변모. 박상천.이정무 양당 원내총무는 한나라당의 불참에 따른 경과 보고를 한뒤 “한나라당의원들이 헌법과 국회법상의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고 성토. 양당은 일단 김수한 의장을 불러 국회 개회와 산회 등 의사일정을 진행키로 의견을 모으고 수석부총무단을 '사절단' 으로 의장실에 파견, 협조를 구했으나 金의장은 “ '쪼가리' 국회에 의장이 들어가 산회를 선포하는 것은 원만한 국회운영에 도움이 안된다” 며 거절.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이 여론에 밀려 계속 임명동의 투표에 불참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26일께 국회에서 'JP총리' 가 동의를 받을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 김상현 (金相賢)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행동은 결코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 제 무덤 파는 짓” 이라며 “자기당 의원들을 못믿어 투표조차 참여치 못하는 것은 다수당으로서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결과를 가져올 것” 이라고 비난. 만일에 있을 한나라당측의 부결시도에 대비해 몇개의 '육탄저지조' 를 편성해 실력대결 태세를 갖췄던 자민련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경제를 망치더니 이제 정치까지 망치고 있다” 고 개탄했다.

전영기·채병건·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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