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창작과 비평'100호 발간 앞둔 편집인 백낙청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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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학계나 지식인 사회에서는 환갑을 맞으면 후학.제자들이 기념행사나 문집을 만들어 증정하는 아름다운 관행이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이자 문학평론가, 그리고 서울대 영문과 교수이자 무엇보다 '창작과비평' 편집인으로서 학계와 문단에 누구보다 많은 후학을 거느리고 있는 백낙청씨.그가 최근 환갑을 맞아 아무런 '잔치상' 도 받지않겠다고 해 주위를 섭섭하게 만들고 있다.

"잡지 편집인으로서, 문학단체의 장으로서, 그리고 출판인으로서 내가 마땅히 축하해드려야 할 문인.필자들이 너무 많다.

그런 어른들을 두고 어찌 회갑의 이른 나이에 내가 상을 받을 수 있겠는가."

28세 때인 66년에 창간한 '창작과비평' 은 올 여름호로 통권 1백호를 기록한다.

유신과 5, 6공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지성의 상징으로, 최장수 계간지로 살아 남게한 모든 필진과 독자들에게 우선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창작과비평' 의 지면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 시대를 분석, 좀더 나은 방향을 찾겠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과 독재의 억압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너무 풀어졌다.

개혁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도 너무 일찍 자만해버린 것이 오늘의 난국을 불렀다."

현재의 경제난국은 창졸간에 당한 것이 아니라 위정자.국민 할 것 없이 우리들이 자초했다는 것. "IMF 체제에 들어가기 전 흔히들 세기말적 풍조를 염려했다.

19세기말과 연관 지워 퇴폐를 경계하면서도 우리 사회는 불건전한 세기말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IMF는 이런 세기말적 분위기를 일시에 거둬가버렸다.

해서 더 맑은 정신으로 새로운 1천년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

90년대, 특히 문민 정부 들어 사회에 비판정신과 거시적 안목이 사라진 것, 그리고 누구든 좀 들떠 있었던 것이 세기말적 불안을 부르고 급기야 오늘의 난국을 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문학도 질적 향상은 없고 물량만 늘어났다.

덜 익은 작품을 발표하고 현실에 대한 진지한 반성까지도 비아냥거리는 가벼움을 반성, 이제 문학도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문인들이 이제 현실을 차분하고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글 쓰는 일도 좀더 진중하게 여겨 주제나 소재를 완전히 소화.검증해가며 써갔으면 한다" 는게 시인.소설가들에 대한 백씨의 주문이다.

"문화.예술 특히 문학과 출판 진흥은 국가적 차원서 보면 큰 돈이 드는게 아니다.

큰돈이 아니기에 지금까지는 얼렁뚱땅 넘어갔었다.

작은 문화 예산이더라도 얼마나 제때, 제대로 쓰느냐가 문제다.

관변단체에 대한 불필요한 지원은 문화창달에 역행될 수도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올바른 문화행정이 필요하다는 백씨는 새정부에서는 문화에 대한 충분한 소양과 이해를 갖춘 사람이 문화행정을 맡기를 바란다.

25일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된 백씨는 참석후 새로운 한일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서울대 - 도쿄대 교수포럼을 위해 오후에는 일본으로 향한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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