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안 전격동의 후세인의 선택]미국반응…"협상 결과 의문" 불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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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라.” 이라크 무력제재 일보직전에서 유엔과 이라크의 극적인 합의를 통보받은 미국의 첫 반응은 일단 의구심이다.

미국은 24일 유엔으로 귀임하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으로부터 협상내용을 직접 듣는 즉시 그 내용에 대한 구체적 분석작업에 들어갈 것이며 그 전까지는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겠다는 자세다.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대변인은 “아난 - 후세인 협상결과에 대해 매우 중대한 의문이 있으며 미국은 이들 의문에 대한 답변을 원한다” 고 말해 이같은 불신감을 나타냈다.

미국은 이런 의심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는 군사적 압박의 고삐를 늦출 뜻이 없음을 분명히하고 있다.

협상타결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오히려 예비군 소집점검에 착수한 것은 이런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즉 미국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라크사태의 평화적 해결의 전제로 내세웠던 '이라크측의 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인 전면사찰 수용' 이라는 원칙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겠다는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이번 협상이 '원칙' 을 벗어난 일종의 '타협' 으로 드러났을 때 미국의 행동폭이 생각만큼 넓지 않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유엔 - 이라크 협상타결에 이미 대부분의 국가가 환영의 뜻을 표한 마당에 미국이 원칙만 내세워 공격을 개시하기는 명분이 약하다.

더구나 평화해결을 원하는 국내여론도 만만찮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경우 미국으로선 여전히 이라크에 대한 무력압박을 바탕으로 외교적 해결노력에 나서는 방법을 택하겠지만 '김빠진 공세' 가 될 공산이 크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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