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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김영삼대통령에 꽃다발 건넨 이웃 '꼬마동지' 이규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대장동지' 가 청와대에 들어간 뒤 한순간도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좋게 끝나지 못해 마음 아팠습니다. ”

서울동작구상도동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 사저 바로 앞집에 살며 20여년 동안 金대통령과 나눈 우정 (?) 을 93년 '꼬마동지 대장동지' 라는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됐던 이규희 (李圭熙.28.여) 씨. 당시 대학 3년이었던 李씨는 졸업후 집에서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金대통령의 민주화투쟁 시절을 순수한 어린이의 눈으로 지켜보며 마음속의 꼬마동지로 자랐던 李씨는 “국민들이 '대장동지' 를 비난해도 이웃들만은 따뜻하게 대해야 하지 않겠느냐” 며 퇴임하는 金대통령을 맞는 소감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꼬마동지…' 출판 수익금으로 2명의 선천성 심장병어린이를 구해줬던 그녀는 그들 가운데 한 명인 安현주 (11) 양과 함께 24일 저녁 사저로 돌아오는 金대통령 내외에게 꽃다발을 전달할 계획이다.

李씨는 옆동네 목욕탕에 갔다가 “YS가 돌아올 때 계란세례를 퍼붓자” 는 이야기를 듣고 “어려울 때 일수록 감싸주는 게 진정한 동지이자 친구” 라는 생각에서 꽃다발 환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金대통령의 공과를 조목조목 따지기 보다 무조건 비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는 그녀는 “金대통령을 감싸려는 게 아니라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반응 또한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았으면 하는 뜻에서 하는 말로 이해해 달라”고 부연 설명했다. 金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이후 동지이자 비판자로서 꾸준히 지켜봤다는 그녀는 차남 현철 (賢哲) 씨 사건 이후 충격 때문에 '대장동지' 가 마음을 닫고 외부인사들의 얘기를 듣지 않은 게 외환위기를 불러일으킨 한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또 친했던 비서들이 청와대로 들어간 뒤 갈수록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마침내 비리사건으로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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