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마당]IMF시대 프리랜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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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5년 넘게 외국인 회사에 다니다 퇴직한 金성철 (49) 씨. 일자리를 찾던중 우연히 프리랜서 (자유직업가) 알선업체인 한국프리랜서그룹에 이력서를 냈다.

운좋게도 金씨는 때마침 한국지사 설립을 준비하던 외국계 제약회사에 경영 디렉터로 고용됐다.

계약기간은 두달. 이 기간중 설립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조건으로 무려 1천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았다.

IMF시대를 맞아 프리랜서가 새로운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을 상시 고용하는 데 따른 인건비나 해고.퇴직금 부담을 덜 수 있어 전문 프리랜서들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개인은 직장에 얽매이는 것보다 자유로우면서도 전문성에 따라 적잖은 돈을 받을 수 있어 실직자뿐 아니라 전문가들까지 적극 참여하는 추세다.

96년 4천명 수준이던 프리랜서는 특히 IMF사태가 본격화하면서 급증, 현재 전국에 약 3만명에 이르고 있다.

시장규모는 연 1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업종도 자유기고가나 번역 정도이던 것이 최근에는 광고마케팅.해외무역.설계.창업컨설팅.세무.금융.컴퓨터 정보통신 등 거의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프리랜서 전문알선업체들도 많이 생겨나 현재 전국에는 한국프리랜서그룹 등 20여개가 활동중이다.

이들은 기업이나 개인고객들로부터 업무를 수주, 회원들에게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한국프리랜서그룹의 임순철 사장은 "최근 각 분야 전문가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면서 "실력과 자기PR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수입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영어번역은 A4용지 1장에 1만~6만원, 기계설비는 도면 1장에 10만원선 등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이런 사람들을 위해 전문가 풀 (769 - 6791~2) 이란 제도를 도입, 2천5백여명의 전문가.경력자를 확보해놓고 기업체와 연결해주고 있다.

모 자동차회사 엔지니어 출신인 朴성수 (55) 씨는 "지난해 퇴직후 중진공 전문가 풀을 통해 S기공이란 자동차 엔진업체에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1주일에 세차례씩 'ISO 인증' 지도를 해주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엔 직장인들의 '파트타임 프리랜서' 진출도 늘고 있다.

이들은 낮에는 직장에서, 밤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겸업 직업인' 으로 전체 프리랜서중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IMF시대를 맞아 이런 분야의 인력수요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서 "자기분야에서 뛰어난 경험을 쌓았거나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프리랜서로 활동해볼 만하다" 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전체 노동인구중 25%가 임시직 근로자이며, 세계적인 인력관리업체인 미국의 맨파워사는 무려 60만명에 달하는 프리랜서 회원을 자랑하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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