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완의 종결 '김대중 비자금'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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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쟁점의 하나였던 'DJ 비자금사건' 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검찰은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측의 비자금 수수와 고발인측의 금융실명제 위반을 모두 뭉뚱그려 불기소처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보면 검찰이 수사는 상당히 치밀하게 한 것 같다.

당시 야당이던 평민당 등에 대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이 전달된 것이 확인됐고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20억+α설' 도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또 현직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이 자료를 수집해 한나라당에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그는 경찰.은행감독원 등 국가기관을 지휘해 영장 없이 DJ측의 은행계좌를 추적하는 등 '불법' 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발인인 DJ측은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고발인측의 실명제 위반 부분은 피고발인측과의 형평을 내세워 모두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같은 결론은 이미 수사 착수 때부터 예상하고 우려했던대로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정치적인 사건처리라는 것이다.

도청 (盜聽) 관계자 처벌에 치중했던 5년전의 '부산 초원복국집사건' 처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같은 사건처리는 본말 (本末) 이 전도된 불균형도 문제거니와 의혹을 증폭시키기 십상이다.

과연 기업이 DJ측에 제공한 수십억원의 정치자금이 누구를 통해 어떤 경로로 입금되고 사용됐는지, 노태우 (盧泰愚) 전대통령이 전달한 '+α' 의 실체는 무엇이고 규모는 정확히 얼마인지 등 의문투성이다.

아울러 자료수집이 과연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이며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 모르게 비서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사안인지, 불법자료인 줄 알면서 넘겨준 동기나 목적은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 검찰은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사건을 얼버무려 해결하는 것은 검찰의 공신력을 스스로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법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금기 (禁忌) 다.

아무리 정치적인 사건이라 하더라도 수사에 착수한 이상 처리는 '원칙대로' 법의 잣대만 가지고 하는 게 정도 (正道) 라는 것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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