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죽음부른 신입생 환영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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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음을 한 대학생이 또 숨졌다.

신입생 환영회의 술강요로 몇해째 과음사망이 일어나고 있지만 환영회 풍토는 조금도 변치 않고 있다.

집단폭력에 속할 이런 비이성적 행태의 온존 (溫存) 이 우리 대학문화의 서글픈 현주소임을 입증하고 있다.

얼굴 모르는 선.후배가 함께 모여 한잔 술을 마시며 대학생활에 필요한 정보.지식을 가르쳐주고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자리는 필요하다.

맥주 한잔을 앞두고 고담준론을 펼치고 희망찬 내일을 이야기한다면 그 모습은 아름답기조차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학에서 벌어지는 신입생 환영회는 그게 아니다.

우격다짐으로 술을 먹이고 얼마나 견디나를 시험하는 단체기합의 성격이다.

고참사병이 신참을 욕보이는 군사문화의 잔재다.

선.후배간에 술을 진탕 마셔야 고통분담의 추억이 있고 간격이 좁혀지면서 단결과 화합을 이루자는 취지였는지 오래전부터 대학 운동권에 과음강요가 상습화됐다.

마치 비밀결사의 조직원으로서 치르는 통과의례처럼 보였다.

이 풍습이 신입생 환영회로 확대되고 대학마다 전통처럼 치러지고 있다.

대학이야말로 젊음이 숨쉬는 꿈과 이성의 한마당이다.

오랜 입시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이 있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유스러움이 보장되는 곳이다.

명색이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라면 지나친 자유로움이 방종으로 흐르지 않게 유도하고 자유로움속에서 꿈과 이성을 찾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자상하게 가르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이 자리가 군대조직.비밀결사조직처럼 술을 강요하고 버릇을 고치려 든다면 이야말로 반지성적 풍토이고 야만적 행위다.

대학이 변하고 대학다워지려면 대학생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

대학학생회는 큰 구호를 내걸 게 아니라 신입생 환영회 풍토부터 먼저 고치는 모범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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