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퇴임 간담회 "영광은 짧았고 고뇌는 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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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퇴임을 나흘 앞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년동안 영광의 시간은 짧았고, 고뇌의 시간은 아주 길었다” 고 회한을 토로했다.

인사말을 통해 “일생에서 가장 영욕 (榮辱) 이 크게 점철된 청와대를 떠난다"” “김대중 차기대통령에게 너무나도 어렵고 큰 짐을 맡기고 떠난다” 고 밝힐 때 그의 목소리는 푹 가라앉았다.

- 문민정부 5년을 평가한다면.

“내 스스로 평가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먼 훗날 역사에 맡기겠다.

다만 취임 땐 정말 꿈을 안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였고, 일하는 동안 개혁이 성공한 부분도 있었다.”

- 지난 대선 때 '김대중후보 비자금' 관련 자료를 배재욱 (裵在昱) 사정비서관이 한나라당에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는데 사전에 알았는가.

“지난 대선 때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잘한 일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내가 무엇을 누구에게 전달할 수 있겠는가.

나는 모든 걸 정정당당하게 하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

- 金당선자 도쿄 (東京) 납치사건에 대한 생각은.

“처벌차원에서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는 게 당연하고, 또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제 안기부장으로부터 보고받았는데 안기부에선 (관련자료를) 가지고 있는게 없다고 하더라.”

- 재임중 가장 어려웠던 일과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앞의 것은 금융실명제다.

실명제를 한다는 사실이 새 나가면 경제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비밀리에 착오없이 단행한다는 것이 참 어려웠다.

30여년만에 지자제의 전면 실시를 단행하는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제일 큰 보람은 대통령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른 것이다.

대선 공정관리는 문민정부의 가장 큰 일이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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