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자금난 타개위해 수출도 밀어내기 '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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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 이후 환율이 급등하자 기업들이 내수부진과 자금난 타개를 위해 밀어내기 수출에 나서면서 일부 업종의 경우 수출가격이 정도 이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철강.시멘트 등 내수가 부진한 업종과 섬유.의류.생활용품 등 자금난이 심한 업종 또는 중소기업형 업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한번 내린 수출가격은 다시 올리기 어렵다" 며 "기업 사정이 어렵더라도 환율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적정가격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지적하고 있다.

즉 달러당 1천6백~1천7백원인 현재 환율에서는 수출가격을 떨어뜨려도 손해보지 않지만 훗날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가격을 올리지 못해 적자수출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IMF는 올해 연평균 환율을 지금보다 3백원 가량 낮은 달러당 1천4백원으로 잡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근 수출가격은 IMF체제 직전인 지난해 11월말 t당 2백70달러선 (미국수출 기준)에서 최근 업체마다 수출을 대폭 늘리며 2백20~2백30달러로 2~3개월사이 15~19%나 내렸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건설경기가 부진해 밀어내기 수출이 불가피하다" 며 "미국쪽 수출물량의 경우 한달 2만~3만t에서 최근 15만t 이상으로 늘었다" 고 말했다.

시멘트의 경우도 마찬가지. IMF체제 이전에는 수출가격이 t당 36달러였으나 지금은 17% 내린 30달러 수준이다.

업계는 국내 수요가 별로 없어 앞으로도 수출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섬유.의류는 자금난에 몰린 일부 업체가 덤핑수출에 나서고 있어 혼란이 심하다.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경우 바이어들이 가격 추가하락을 기다리고 주문을 미뤄 수출이 잠정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니트류 소재인 '마이크로 필라멘트' 의 경우 미국 수출가격이 IMF이전에 ㎏당 3달러65센트였으나 요즘은 가격 형성조차 제대로 안되는 실정" 이라고 밝혔다.

통산부 관계자는 "80년대 중반 엔고 (高) 바람을 타고 우리 철강업체들이 제품가격을 너무 많이 내렸다가 아직까지도 당시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면서 "가격을 지나치게 내릴 경우 경제가 회복된 이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다 통상마찰을 야기할 수도 있는 만큼 자제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이재훈.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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