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생금융 거래손실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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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SK증권과 미국의 JP 모건사간의 파생금융상품 (derivatives) 거래를 둘러싼 쌍방소송으로 국내 금융기관이 역외 (域外) 펀드를 통해 행한 신종 금융상품투자가 새로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금융감독당국은 얼마나 많은 국내 금융기관이 이같은 거래에 관련돼 얼마나 막대한 손실을 입었는지, 또 그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SK증권 외에도 국내 투신사 등 금융기관의 역외펀드를 통한 투자손실은 최소한 2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관련 증권사나 투신사가 심각한 손실을 입어 파산할 경우 국내 은행이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대신 물어줘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역외펀드를 통해 국내 주식투자를 하거나 동남아 채권과 파생상품에 주력해 왔는데 지난해 7월 이후 두 경우 모두 큰 손실을 입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하락 및 위험헤지의 미흡으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그 이유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엔화차입에 대한 헤지를 위한 수단으로 바트화를 사용했고 손실 초기에 손실을 무릅쓰고 반대포지션을 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기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보여준 교훈은 앞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은 더 이상의 거액 손실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투자대상의 위험도를 주기적으로 검증해 만일의 경우의 손실을 일정 규모 이하로 제한하는 내부규정을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어링증권을 비롯한 일련의 사고에서 마땅히 교훈을 얻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신종금융상품의 지식이나 거래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가 쓴 맛을 본 셈이다.

감독당국도 이제까지 사실상 방치해 온 재무제표에 안 나타나는 부외거래 (簿外去來) 동향을 세밀하게 감시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전문가를 계약제로 고용해 책임을 맡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필요하면 한시적으로 외국전문가의 고용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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