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우리아이, 우려가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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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우리아이, 우려가 현실로
비행…학교폭력…정서적으로도 문제 불러

자녀가 제때 자라주지 않으면 부모는 속이 탄다. 그러나 너무 이른 성장도 걱정거리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각종 환경호르몬에의 노출 등으로 2차 성징이 정상보다 빠른 성조숙증은 늘어나는 추세. 성조숙증 여아에게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일까.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 성조숙증, 여아가 더 민감하다= 10대 비만아는 평균체형의 또래에 비해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적다. 성장호르몬은 지방분해 작용을 하므로 분비량이 적으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 비만이면 유리 지방산이 증가해 성장호르몬분비가 억제된다. 또한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거나 균형을 깨트려 성장판이 빨리 닫히게 한다.
 
10대 비만아의 뼈 나이는 정상체중인 또래에 비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성별로는 여아가 남아에 비해 뼈 나이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과체중이 성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이 남아에 비해 여아에게 더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경이 이른 여아가 초경 때엔 키가 큰 편이지만 10대 후반이 되면 작은 키가 된다.
 
■ 왕따 당할 우려가 높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청소년은 정상체중인 학생보다 교내에서 왕따나 괴롭힘을 당할 위험이 최고 4배나 높다. 캐나다 온타리오 킹스턴 퀸스대의 이언 잰슨 교수팀이 11~16세 지역 청소년 5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왕따또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응답은 정상체중학생이 약11%에 머물렀으나 과체중학생은 14%, 비만학생은 19%에 달했다.
 
이들 학생은 왕따의 가해자가 될 확률도 높았다. 다른 친구를 괴롭히거나 왕따시키고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정상체중이 약 8%였지만 과체중은 11%, 비만은 9%를 기록했다. 비만 여학생의 경우 육체적으로 놀림을 당하는 횟수가 정상체중 여학생보다 2배에 달했고 비만 남학생은 비만여학생보다 적었으나 정상체중 남학생보다는 현저히 많았다. 이처럼 왕따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보니 비만 여학생은 정상체중 여학생보다 무단결석·비행·학교폭력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 여성질환 위험이 높다= 초경 연령이 빠르면 성호르몬에 그만큼 오래 노출돼 유방암 위험이 50%나 높아진다.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생식기관이 미완성된 상태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초경을 하게 되면 생리불순·생리통이 동반된다. 자칫 임신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도 있다.
 

■ 자신감이 낮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성조숙증 여아중 상당수는 가슴 발육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얘기한다. 브래지어를 착용하게 되면 남학생들이 놀리고 체육시간에 달리기라도 할라치면 수치스럽다는 것이다. 이처럼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평소 자세가 꾸부정해진다. 이는 척추 만곡으로도 이어진다. 스웨덴의 한 연구에 의하면, 조숙한 여아들은 학교 성적이 낮았으며 늦게 성숙한 동료들보다 학교를 중도에 포기하는 예도 많았다. 다른 한 연구에서는 조숙한 여아들은 키가 더 작고 체중이 더 나간다고 보고됐다. 반면, 성장이 늦은 여아들은 자신의 몸매를 더 만족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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