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인도네시아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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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채문제로 촉발된 인도네시아의 경제난이 걷잡을 수 없는 국가위기로 번지고 있다.

루피아화의 폭락에 따라 물가가 폭등하면서 여러 도시에서 며칠째 시민들의 폭동이 계속돼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최악의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지금 인도네시아가 겪고 있는 상황은 나빠지기만 하는 경제사정과 아울러 폭동까지 겹쳐 정치.경제.사회적인 3중고 (三重苦)에 허덕이는 국가적 위기상황이라 할 수 있다.

세 부문의 불안은 서로 꼬리를 물고 악순환을 불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함으로써 인도네시아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갈지도 모를 형편이다.

현지 경찰당국의 발표로는 폭동이 벌어진 일부 지역에서 진정기미가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이지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폭력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계속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가폭등으로 식료품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구할 수 없게 된 시민들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으리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시민들의 반항은 지난해 7월 이후 루피아화의 대외가치가 80% 이상 떨어져 외국으로부터의 식량구입 가격이 폭등한데다 흉작까지 겹쳐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유지하기 힘들어진 데서 비롯되고 있다.

비관적인 것은 인도네시아가 짧은 시일 안에 이같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가망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수하르토 정부는 위기 탈출을 위해 예산확대와 고정환율제 등 몇가지 처방을 내놓았지만 일시적인 효과를 기대한 방편이라는 비판을 받기만 하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빚을 뿐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위기는 국제적인 위기감 확산에 따라 우리에게 부정적인 연쇄 파급효과가 미칠 가능성과 함께 당장 직접 피해도 적지 않게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연 70억달러를 넘던 교역관계가 흔들리고 15억달러에 이르는 건설공사 대금을 비롯해 국내 금융기관의 막대한 채권손실이 예상돼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위기가 조속히 수습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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