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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행사 ‘반쪽’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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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부지 내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를 놓고 5·18관련 단체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다. 이 탓에 5·18 민주화 운동 29주년 기념행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5·18 구속부상자회가 아시아문화전당 부지 내 옛 전남도청 별관의 원형 보존을 주장하는 유족회와 부상자회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5·18 민주화 운동 29돌을 8일 앞둔 10일 오후 8시쯤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200여명이 아시아문화전당 부지 내 옛 도청별관 앞으로 몰려갔다. 이들은 옛 도청별관의 원형보존을 주장하며 천막 농성중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원 100여명을 직접 해산시키려 했다. 급기야 경찰 5개 중대 병력 500여명이 출동, 양측 사이를 가로막아 직접적인 충돌을 막았다.

구속부상자회원들은 경찰을 사이에 두고 유족회·부상자회 회원들과 대치하다 40여분 만에 해산했다.

구속부상자회 측은 지난해 6월 유족회·부상자회와 함께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을 위한 공대위’에 참여해 천막농성을 벌여오다 2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과 ‘별관철거’에 합의한 뒤 농성에서 빠져 나왔다. 이들은 “법원이 농성장 철거를 명령했는데도 유족회와 부상자회가 불복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문화전당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우리가 대신 철거하려 했다”고 말했다.

양희승 5·18구속부상자회장은 “별관 장기농성으로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이 장기간 차질을 빚고 있지만 지역사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당초 이 문제를 제기한 구속부상자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회와 부상자회는 “이의신청을 통해 법원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으려 하는데 아무런 권한도 없는 구속부상자회가 나서 철거 책동을 벌인 것은 그 단체의 실종된 5·18정신의 실체를 드러낸 결과”라고 반박했다.

◆5·18 29주년 행사 ‘반쪽 우려’=5·18기념재단과 관련단체는 지난달 23일 ‘5·18민주화운동 제29주년 행사위’ 출범식을 열었다. 행사위는 “옛 도청 별관 철거문제를 둘러싼 잡음과 우려가 있지만 외부상황과 관계없이 기념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5·18유족회는 17일 열리는 추모제를 5·18묘지가 아닌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기로 했다. 도청 별관을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면 전체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3400명 가운데 2200명이 가입한 최대단체인 5·18구속부상자회는 다른 시각이다. 1980년대 후반엔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추모제가 5·18묘지에서 진행된 바도 있다는 것. 이들은 옛 도청 별관 농성에 대해 ‘직접 해산’을 시도, 단체간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하다. 올해 5·18기념행사의 주제가 ‘저항과 공감’이지만 정작 행사주체들 사이에선 갈등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정수만 유족회장은 “5·18 기념행사를 앞두고 관련단체들간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시민들에게 송구할 따름이다”며 “시간을 갖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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