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40% 덜 드는 LED조명 2020년엔 백열등 몰아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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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은 전 세계 전력 소모량의 19%를 차지합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채택하면 조명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량을 40%나 줄일 수 있습니다.”

루디 프로부스트 필립스 조명사업부 사장(CEO)은 전 세계 조명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필립스 제공]

루디 프로부스트(50) 필립스 조명사업부 사장(CEO)은 4∼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조명산업전에 참석해 일정을 분 단위로 쪼개 썼다. 이 기간 중 그는 만나는 사람에게 한결같이 LED 조명의 친환경성에 대해 설명했다. 필립스는 전 세계 조명시장 점유율 1위(16%) 업체다.

그는 조명전이 끝난 뒤 한국 기자단과 한 인터뷰에서 “주요 선진국에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녹색 법안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전 세계 LED 조명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2006년 12월 에너지 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2012년까지 백열등을 점진적으로 퇴출시키기로 했다. 미국도 앞으로 10년간 신축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50%, 기존 건물의 효율을 25% 개선할 계획이다.

그는 “전 세계 최대 조명시장인 미국에 LED가 본격 도입되면 매년 18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고, 1억5800만t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정도 되면 백열등은 LED 조명과 할로겐 램프, 소형 고효율 형광등으로 대체돼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LED 조명은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가격 인하와 함께 시장의 리더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LED 조명은 백열등에 비해 50배 정도 수명이 길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열등의 수명이 1000시간이라면 LED 조명은 5만 시간 정도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초기 투자비용이 비싸지만 에너지 효율이 좋고 수리 비용이 들지 않아 장기적으로 보면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LED 조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05년부터 LED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했다. 올해까지 루미레즈·컬러키네틱스·젠라이트 등 무려 11개 회사를 인수했다. LED칩과 패키지·조명·디자인·설계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는 “조명은 건축가부터 조명디자인, 도시계획 전문가, 일반 소비자 모두를 아우르는 산업”이라며 “단순 부품만 갖고 성공할 수 없는 종합컨설팅 산업인 만큼 삼성과 LG가 LED 시장을 엿보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출신인 프로부스트 사장은 캐논과 월풀 등을 거쳐 2000년 필립스 유럽의 소비자 가전 제품 부사장으로 합류했고, 지난해부터 조명사업부 사장과 지속가능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뉴욕(미국)=심재우 기자

◆LED=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의 약자. 전류를 흘려보내면 빛이 발생하는 반도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수명이 길어 ‘미래의 빛’으로 불린다. 가격은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비해 3∼50배 정도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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