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극복한 자원봉사자 유현덕씨 “예쁘면 기쁘죠, 웃으면 빨리 낫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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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유현덕(50·고양 백마 특약점 카운슬러)씨. 그녀는 행사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행사 초반 환자들이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도 그녀는 연방 옆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붙임성이 좋아도 암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들 옆에선 위축되게 마련인데 그녀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 자신도 암의 고통을 겪어봐 환자들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2003년 4월부터 화장품 카운슬러를 시작했다. 성격이 활발한 유씨를 눈여겨보던 화장품 방문판매원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판매원과 단골손님의 관계는 선배와 후배의 관계로 이어져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다.

방문판매를 위해서는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수시로 고객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씨는 자는 시간도 줄여 가며 고객 확보에 나섰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유씨에게 2006년 6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몸이 자주 아프고 피곤해 병원에 가 보니 유방암 3기라는 진단을 받은 것.

그해 9월 17일 그녀는 한쪽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있었지만 가슴에 붕대를 맨 채 다시 일해야 했다. 안 그러면 어렵게 얻은 고객을 모두 잃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고객도 안 떠나고 유씨도 건강을 되찾았다.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유씨는 서슴없이 신청서를 냈다. 여자로서 암환자가 겪는 상실감을 경험해 봐 다른 환자의 고통을 덜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눈물이 안 났어요. 근데 항암 치료를 받고 머리가 빠져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를 때는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고요.”

유씨는 정성스럽게 참가자들의 얼굴에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는 “여러분이 예뻐지니까 내가 더 기뻐요”라고 말했다. 밝게 변한 환자의 모습을 보고 “내가 몇 배 얻어 가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유씨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화장품 팔러 손님 집에 들어가서는 몇 시간 넘게 상담을 해주기 일쑤다. 건강은 물론 부부 불화, 자녀 성적 등 대화 주제는 끝이 없다. 아프고 나서는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도 전파한다.

“아프면 본인이 가장 힘들어요. 가족도 대신 아파 주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계속 울상만 지으면 되겠어요? 빨리 나으려면 많이 웃어야죠.”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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