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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 맞도록 고용·노사 문제 계속해서 제기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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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오후 5시 서강대 경제대학원 세미나실.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과 박덕제 노동경제학회장(방송통신대 경제학과),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장 등 학자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주제는 ‘노사 개혁의 우선 순위 어떻게 되어야 하나’였다.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용, 노조의 부당 노동행위,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여부 등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9가지 과제를 놓고서다. 한 시간 정도로 예정됐던 토론은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도 논의는 계속됐다.

신노동연구회 연구진이 4월 7일 자체 세미나를 열기 전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재훈 서강대 교수,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박덕제 방송통신대 교수,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장, 이인재 인천대 교수. [박종근 기자]

이들은 신노동연구회(Neo Labor Project) 연구진들이다. 2007년 1월 꾸려졌다. 연구회 좌장인 남 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노조는 권력형 횡포를 서슴지 않았다. 그 영향으로 외국인과 국내 기업 투자는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누구 하나 노조를 질타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영계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해 노동경제·노동법·노사관계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모였다. 노동정책의 방향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정부와 노·사에 제안해보자는 취지였다.”

이들은 모임을 결성한 첫 해에 선진국의 법과 제도, 과거와 현재의 변화, 석학들과의 대담을 통해 방대한 최신 글로벌 노동자료를 수집했다. 수 십차례에 걸쳐 토론을 거듭했다. 한 번 모이면 집에 들어가는 것도 잊고 20시간이 넘도록 머리를 맞대기 일쑤였다. 그렇게 해서 2007년 12월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공동 집필서가 나왔다.

이 책에서 연구진들은 근로자의 노조 가입을 강요하거나 사용자에게 금품을 강요하는 것 등을 노조의 부당 노동행위로 규정했다. 현행 노동법에는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는 있어도 노조의 부당 노동행위를 규정한 조항은 없다. 파업이 일어났을 때 공공부문에만 일부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무분별한 파업을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개별적 고용관계로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나같이 노·사·정 모두에게 충격적인 얘기들이다.

이 책은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는 ‘시장경제 대상’을 수상했다. 노동정책을 다루는 행정관료나 사용자, 학자, 일부 뜻있는 노동계 인사들에겐 입소문이 퍼져 어느 새 필독서가 됐다.

신노동연구회는 2007년 12월 책 출간을 기념해 모인 자리에서 “올해 연말에는 업그레이드 된 2편을 내놓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해서 2008년 12월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 II’가 나왔다.

올해도 이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인 노동문제 석학과의 세미나, 국제노사관계학회와의 교류,해외 노사관계의 변화 등을 점검해 3편을 낼 계획이다. 남 원장은 “하루 아침에 노사관계가 선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학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학자들의 입이 굳게 닫혀있었다. 신노동연구회는 한국 노사관계와 고용문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할 정도로 바뀔 때까지 계속 제안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노동연구회 연구진=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 김태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장, 김대일 서울대(경제학)·김재구 명지대(경영학)·김영문 전북대(법학)·김재훈 서강대(법학)·박덕제 방송통신대(경제학)·박준성 성신여대(경영학)·박호환 아주대(경영학)·배진한 충남대(경제학)·이인재 인천대(경제학), 이종훈 명지대(경영학)·정재훈 인하대(경영학) 교수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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