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일 죽기 전에 핵 능력 갖추려는 목표 정한 듯”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3호 08면

“최근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경험한 김정일이 자신도 죽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죽기 전에 핵능력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삼은 것 같습니다.” 브루스 클링너(49·사진) 헤리티지 재단 선임 연구원은 7일 “북한의 최근 도발 행태가 과거 패턴과 달라졌다”면서 “올 한 해 북핵 위기 지수가 지난 몇 년간 어느 때보다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년 한반도 정보통’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정보국(DIA)에서 20년간 일한 정통 정보맨으로 한반도 전문가인 클링너를 7일 만났다. 그는 7일 미 국무부가 지원하는 ‘스피커’ 프로그램으로 방한, 15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정부 인사 및 학자들을 만나고 강연회를 한다.

-북한의 최근 도발 패턴이 어떻게 다른가.
“과거 북한은 나쁜 행동을 하거나 위협한 뒤에는 시간을 줬다. 미국이나 한국이 상황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준 것이다. 다음 단계 조치를 취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보상을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1월 이후 전개된 상황을 보면 이번엔 다르다. 페이스가 빨라졌다. 북한의 목표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전처럼 위협한 뒤 협상을 통해 뭔가 얻으려는 의도라기보다는 핵능력을 보유하기로 결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을 안다. 미 정부는 공식적으로, 또 나에게 개인적으로 반복해서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비핵화가 미국의 목표라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확고하게 반복적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믿는다.”

-북핵 전망은 어두운가.
“북한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것 같다. 지난 수년래 어느 때보다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올해 초부터 북한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6자회담을 재고하겠다고 하고,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뭔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던 일각의 비현실적 기대는 무너진 것이다.”

-최근 워싱턴의 전반적인 기류는.
“북한의 잇따른 나쁜 행동은 ‘문제는 역시 북한’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평양에 손을 내밀었다. 북한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요청을 거절했다. 뉴욕 채널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양자 회담을 시작하려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어떤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행정부가 바뀌면 북한이 변할 것이란 기대는 없어졌고,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틀린 게 됐다.”

-북한 후계문제는 어떻게 보나.
“삼남 김정운이 후계가 됐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지만, 나는 북한이 김정일 사후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으로 믿는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커튼 뒤의 권력이 존재할 것이다. 누가 지도자가 되든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권위를 잇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리더십 정당화를 위해 김정일의 정책을 답습할 것이다.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란 얘기다. 포스트 김정일 권력 체제가 경제개혁이나 핵무기 포기 같은 전향적인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 취합은 어떻게 했나.
“북한은 옛 소련보다 더 폐쇄된 사회여서 정보 수집이 매우 힘든 나라다. 이미지 자료(Imint)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북한이 산악지형이고 지하에 많은 것을 은폐해 놓고 있어 쉽지 않다. 또 도발 징후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군사력을 전방에 배치해 놓고 실제 도발에 쓰이는 운송 수단과 연료도 배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미 경고 태세에 들어가야 할 수준의 조치를 취해 놓고 있다는 말이다. 휴대전화를 쓰지 않아 감청이 힘들고, 4~5명에 한 사람꼴로 감시조가 붙어 있어 인적 자원을 이용한 정보 취합도 쉽지 않다.”

“한국이 너무나 다이내믹해 좋다”는 클링너는 태권도 3단과 특공무술 소유자다. 워싱턴에서 한국인 태권도 사범에게 배웠다고 한다. 그는 “집사람도 2단이고 18, 21세의 두 아들은 각각 2단, 10세짜리 딸은 초단이어서 가족의 태권도 단수를 합하면 10단에 이른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