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3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점자교과서 마무리 작업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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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구대 점자도서관 (관장 韓文炫) 은 방학중이지만 요즘 밤늦도록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전국의 13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사용되는 점자 (點字) 교과서를 신학기 전에 만드느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 이 도서관이 제작.공급하는 점자교과서는 2백여종 4만여권에 달한다.

초.중.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들은 모두 다 이곳에서 점자교과서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해 12월 올 신학기 교과서가 나오면서 점자교과서 제작이 시작됐다.

점자교과서의 제작은 교과서 내용을 점자로 점역 (點譯) 해 아연판에 새기는 제판,점역된 내용을 원래 교과서와 대조하는 교정, 종이에 인쇄하는 인쇄, 책으로 묶는 제본등 4단계를 거친다.

간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 30여명의 손을 일일이 빌려야하는 수작업이다.

제판인쇄실에서 직원 4명이 점자제판기로 교과서의 문장.기호.그래픽등을 점자의 기본인 6가지 점배열로 만들어 원판을 만든다.

이 원판은 아르바이트생이 읽어주는 교과서 내용을 시각장애인이 손으로 대조하는 교정을 거친다.

인쇄실에서는 앞.뒤쪽 원판 2장 사이에 종이를 끼워놓고 로울러로 밀어 1장씩 인쇄한다.

인쇄작업을 맡은 이광희 (李光熙.21.대구대 화학2) 씨는 "손으로 한장한장 인쇄하는 일이 번거롭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이 책으로 공부한다니 보람있다" 고 말했다.

韓관장은 "요즘은 IMF여파로 종이값.인쇄비등이 크게 올라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대구대 점자도서관은 교과서 제작을 신학기 개학에 맞추기 위해 요즘 기숙사 방을 빌려 직원들이 숙식하며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신학기 전에 제작되는 것은 교과서 전체의 일부로 점자교과서 제작은 1년 내내 이루어진다.

일반 교과서 1페이지를 점역하면 4페이지 정도로 늘어나고 두꺼운 고교 교과서의 경우 한권이 6권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신학기 전에는 진도에 상관없는 앞부분만 제작해 공급하고 나머지 제작은 학기중에도 계속 되는 것이다.

제작된 점자교과서들은 오는 26일 차량으로 전국 특수학교에 수송될 예정이다.

경산 =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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