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 외국 학교 내국인 입학 문 넓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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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부가 8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교육 분야 핵심은 외국 교육기관에 국내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다. 까다로웠던 설립·운영 요건을 일부 완화하고 학교 운영 이익을 자국으로 송금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외국 교육기관은 국내에 투자 목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 정착을 돕기 위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 국제자유도시에 설립되는 초·중·고교다. 교육과학기술부 정일용 미래인재정책관은 “외국 교육기관과의 경쟁을 통해 국내 교육기관의 질을 높이고 해외 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르면 7월 말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내국인 입학 비율 높인다=교과부는 우선 외국 교육기관에 내국인이 입학할 수 있는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내국인 입학 비율 기준을 ‘재학생의 30% 이내’에서 ‘정원의 30% 이내’로 바꾼 것이다.

현재는 ‘재학생의 30%’로 규정돼 있어 정원이 100명이라면 외국인 학생 70명이 있어야 내국인 학생 30명이 입학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이 ‘재학생’에서 ‘정원’으로 바뀌어 외국인 학생 수와 관계없이 일단 내국인만으로도 학교 운영이 가능해졌다.

교과부 구혁채 글로벌인재육성과장은 “외국 교육기관에 입학할 외국인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재학생 기준으로 내국인 입학 비율을 정해 놓다 보니 학교 설립 자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어 정원 기준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학생이 부족해 개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학교(초·중·고)의 설립이 힘을 받게 됐다. 송도 국제학교는 국내 첫 외국 교육기관으로 9월 인천 경제자유구역 안에 설립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설립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있었다. 이번에 내국인 입학 비율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송도 국제학교는 이르면 9월 개교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내국인 입학 비율을 높이는 것은 외국 교육기관의 설립 취지를 변질시키는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구혁채 과장은 “3~5년 뒤 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되면 기준이 다시 재학생의 30%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금 해외 송금 허용=외국 교육기관이 결산 후 남는 돈(잉여금)을 해외로 송금하는 것도 허용된다. 일본·싱가포르·두바이·카타르처럼 외국 교육기관의 해외 송금을 허용해야 우수한 교육기관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 교육기관이 자국 회계 규정에 따라 회계 처리를 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대 이성호(교육학) 교수는 “일부 외국 학교가 영리 추구만을 위해 국내에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면밀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중·고교뿐만 아니라 외국 대학의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 설립에 필요한 건축 요건 등 설립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소규모 대학의 설립과 공동시설 활용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과대 수준의 소규모 대학이 연합해 대학본부와 강의실을 함께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교과부는 외국인 학생을 국내 대학에 유치하기 위한 ‘한국형 풀브라이트’ 사업과 함께 ▶학위·연수 프로그램 확대 ▶아시아 우수 학생 교류 프로그램 ▶한국 유학 안내 시스템 내실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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