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상수지 흑자 속의 어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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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월의 경상수지가 30억달러 흑자를 냈다.

상품거래인 무역수지, 서비스부문인 무역외수지, 비상업적인 이전 (移轉) 거래 세 부문이 모두 흑자였다.

이런 흑자가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

외환위기를 벗어나려면 상당폭의 경상수지 흑자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외국으로부터 새로 빚을 얻거나 묵은 빚의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금융거래 또는 자본거래 흑자는 결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길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이래 단기간에 달러값이 80% 이상 치솟으면서 국내 경제주체들 사이에는 '이제 살 길은 수출밖에 없다' 는 무언 (無言) 의 합의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중 우리나라 수출은 늘어나지 않았다.

원화 (貨) 절하가 수출신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 바람에 한국으로부터의 수입급증을 염려하던 미국 등의 여론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원화절하는 오로지 우리 국내경기의 하락만 몰고 왔다.

국내경기의 급격한 냉각으로 1월의 경우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0%나 급감했다.

그래서 수출이 오히려 같은 기간 대비 3.65%나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22억달러라는 큰 흑자를 보게 됐다.

우리는 지금의 경상수지 흑자가 갖는 밝은 면을 기뻐하기에 앞서 그것이 우리 경제의 나선형 (螺旋形) 수축의 결과라는 점을 깊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수출용 원자재 수입마저 금융이 어려워짐에 따라 국내에서는 원자재가 바닥나고 있다.

무역흑자를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원자재 수입 금융만은 풀어야 한다.

여기서 현재의 초긴축정책에 대한 반성이 시작된다.

금융.재정.외환의 초긴축에 더해 거대한 무게의 물가압력마저 수요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이들 요인이 상승 (相乘) 작용을 일으켜 국내수요를 더욱 줄일 것이다.

과도한 긴축은 적자로부터의 단기적 흑자전환에는 특효가 있을지 모르나 길게는 경제의 원기 (元氣) 를 회복할 수 없게 손상시킬 수 있다.

정부와 IMF는 정책의 균형 회복을 도모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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