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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차… 차… 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수년 전 타계한 영국의 중국과학사가 조지프 니덤 교수는 연구실 문에 만화 한 장을 붙여놓고 지냈다.

꼬불꼬불한 산길에 옛날 복장의 중국인 두 명이 정신없이 자동차를 몰고 있고, 그 뒤를 성난 용이 바짝 뒤쫓고 있는 그림에 이런 캡션이 붙어 있었다.

“큰일났어! 잘못하다간 우리가 무엇을 발명했는지 세상에 전해지지도 못하게 될 거야!” 과학의 후진국으로만 알려졌던 중국과 동아시아문명권이 사실은 풍성하고 화려한 과학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매진한 니덤 교수에게 어느 만화가가 헌정한 것이라 한다.

중국의 과학전통 중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를 발명한 사실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동차, 즉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 는 1769년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증기의 힘으로 20분간 1㎞ 남짓 움직였다는 것이다.

실용적 상품으로 자동차를 만든 것은 1890년대에 독일의 다임러와 벤츠가 시작한 일이다.

그리고 1913년 헨리 포드가 T모델의 대량생산체제를 만들면서 자동차가 현대문명의 핵심요소로 떠오르는 혁명적 변화가 시작된다.

20세기 문명의 총아 자동차는 이제 1백년 전의 달구지보다 인간세상에 더 흔한 물건이 돼 있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는 인류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공해 주범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82년 중국에 합작회사를 만든 폴크스바겐의 한 간부는 "중국인의 자동차 보유율이 서방의 수준과 비슷하게 된다면 지구환경에 대재앙이 될 것" 이라고 했다.

2차대전 이후 경제전쟁의 주역은 자동차산업이었다.

미국이 수십년간 군림하던 왕좌를 70년대에 일본이 흔들었고, 그 뒤를 따라 세계적 생산국으로 등장한 후발주자가 한국이다.

세 나라 모두 국내시장의 성장이 자동차산업 발전의 근거가 됐다.

한국에서는 70년께 겨우 10만대를 넘긴 등록대수가 85년 1백만대, 97년 1천만대를 돌파하는 폭발적 팽창으로 3백만대까지 늘려 온 연산능력을 뒷받침해줬다.

수십년간 계속되던 이 증가추세가 1월중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보였다.

환경을 위해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미 우리 경제의 주축이 돼 있는 자동차산업에는 당장 걱정스러운 일이다.

한 세대 후의 인류에게 자동차가 어떤 존재가 될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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