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제전문가의 진단·처방]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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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불과 1년전만 해도 동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개도국들의 발전모델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체제를 비난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이들 국가의 왜곡된 경제체제가 종국에는 현재와 같은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시아 발전모델에 대한 견해들이 순식간에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이 지역의 기초여건에 비춰볼 때 분명 지나친 일이다.

금융체제나 통화의 위기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났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같이 투명한 경제체제에다 잘 발달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었던 선진국들도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는 투명성 확보만으로 견고한 금융체제가 유지된다는 것이 아님을 실증한다.

또 동아시아의 경제위기는 많은 개도국들이 과거 경험했던 위기와 매우 다른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 재정도 건전하다.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이들 국가의 경제가 갑작스런 신용도 추락에 취약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요인들로 이해될 수 있다.

즉 방만한 투자와 위험회피를 하지 못한 단기차입, 자기자본에 비해 높은 부채비율 등이다.

이것들은 모두 민간분야의 금융 결정으로부터 기인된 것이다.

또 잘못된 환율정책이나 비효율적 금융감독제도를 갖고 있던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문제는 정부가 너무 지나치게 간섭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 과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았던 정책들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들 정부는 금융자율화를 어설프게 추진하면서 건전한 감독장치를 갖추지 않은 채 각종 규제들을 너무 쉽게 철폐해 버렸던 것이다.

동아시아는 효율적인 규제체제를 마련하고 기업관리를 효율화시키며 투명성 수준을 광범위하게 높여야 한다.

동시에 이들 국가의 정부와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외계층의 고통이 최대한 경감되도록 노력할 책임을 갖고 있다.

높은 저축률.교육열, 발달된 산업시설 등은 아시아의 경제적 장래가 밝으며 다른 개도국에 아직 성공적 발전모델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리 =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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