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전한 소비와 건전한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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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는 이 나라의 소비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임금동결.삭감 또는 실업에 대응하는 가계의 수단은 절약뿐이기 때문이다.

또 고금리와 자금경색에 겹쳐 수요감퇴가 계속되고 이에 따라 도산위기에 직면한 기업들도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있다.

결국 이대로 가다간 내수 (內需) 기반이 무너지고, IMF시대의 조기 극복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소비는 생산과 더불어 경제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내수는 수출과 더불어 성장의 기본이 된다.

아무리 IMF한파가 춥더라도 경제가 굴러야 IMF부채를 갚을 수 있고 성장이 단 1%라도 이뤄져야 고실업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각자의 능력에 따른 건전한 소비는 계속돼야 하고 내수기반은 죽지 말아야 한다.

결국 경제주체마다 건전한 소비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

가령 IMF체제를 불러온 한 원인이 된 과소비를 배격하자는 공익광고를 보면 '소득은 1만불, 소비는 2만불' 이라는 구호가 있다.

이 구호는 핵심을 찌른다.

소득이 1만달러면 1만달러에 맞는 소비를 하면 된다.

그것이 건전한 소비다.

IMF시대에 우리의 국민소득이 7천달러로 내려가면 또 7천달러에 맞는 소비를 하면 된다.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필요 이상의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은 거의 모든 경제주체가 과거 불건전한 소비풍조에 직.간접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계는 여행과 유학, 비싼 외제 소비재 선호로 달러를 썼고 기업은 과다차입과 중복투자로 자본 동원을 극대화했다.

지금 그에 대한 반동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소비성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예민해지고 있다.

그러나 건전한 씀씀이와 자기능력에 맞는 소비마저 경계.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기업이 생산품을 팔 수 없어 IMF극복 자체가 늦어진다.

절약 기조 위에서 건전한 소비풍토가 이뤄지면 고물가도 잡을 수 있다.

생산과 서비스는 위축된 소비를 다시 자극할 만한 가격을 책정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분수에 맞는 소비는 죽지 않고 내수기반도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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