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라크 공격 초읽기…클린턴·블레어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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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세번째 항공모함이 6일 걸프해역에 진입한 데 이어 미 해병 2천명이 이 지역에 급파되는 등 이라크 사태가 전쟁발발 직전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은 시한을 정하지 않았고 외부 일에 대해서도 고려치 않고 있다" 며 나가노 (長野) 겨울올림픽 (7~22일)에 구애받지 않는 무력사용 입장을 강력 시사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날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마지막 외교적 설득이 무산되면 무력행사에 돌입한다는 데 합의했다.

미국이 무력 응징에 나설 경우 그 기본 목적은 이라크가 전면적인 무기사찰을 수용토록 항복시키는 데 있다.

아울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는 성과도 부수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 목표는 ▶비밀 생화학무기 생산시설 ▶유전 (油田) ▶대통령궁 ▶정예부대인 공화국수비대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특별위원회 (UNICOM)에 따르면 이라크는 17t의 생물학 무기 (탄저균 등) 와 4천t의 화학무기 (사린가스 등) 를 제조할 수 있는 배양물질을 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또 최대 20기의 스커드미사일을 은닉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에 생화학 무기가 장착된 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첩보위성이 포착한 일부 은닉처들을 1차 표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경제적 항복' 을 노린 유전파괴가 다음 표적으로 꼽힌다.

피폐한 경제를 최악의 폐허로 만들어 전면 사찰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친위부대로 1만1천명 규모인 공화국수비대에 대한 공격은 내부 분열을 노려 쿠데타를 통한 후세인 정권전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6일 올림픽 기간중 무력행사 자제를 공식 요청하는 등 무력 응징에 반대하는 국제적 여론도 만만찮다.

또 공격이 단행된다해도 치명적인 신경가스 등의 폭발은 이라크가 쳐놓은 '인간방패' 만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고 유전 파괴는 심각한 환경 재앙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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