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노사정]전교조 합법화 파장…교육개혁 주도권 세력 다툼 치열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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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가 내년 7월부터 교원노조를 인정키로 하면서 교단에는 벌써부터 뿌리깊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유일한 교원단체로서 47년 설립이후 51년째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한국교총 (회장 金玟河) 은 6일 오전 즉각 성명을 발표, "성급한 교원노조 합법화에 반대한다" 고 밝혔다.

교육계의 여론수렴도 없이 단순히 정리해고제와 관련해 노동계와 흥정대상으로 교원노조를 인정한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반해 전교조 (위원장 金貴植) 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시민.교원단체가 참여한 교육개혁추진단을 조속히 구성하라" 고 주장하고 나섰다.

합법화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섬과 동시에 교육계의 한 축을 맡겠다는 기세다.

89년 5월 전교조 결성 이후 불거졌다가 해직교사들이 일부 복직한 94년 이후 잠복해 있던 교단의 보 - 혁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교총측은 일단 "복수 교원단체 허용에 반대하지 않는다" 며 유일단체에 대한 곱지 않은 눈길을 피해가면서 "그러나 교원단체의 성격은 노동관계법이 아닌 교육관계법에 근거해 설립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곧 교사는 '노동자' 이기 이전에 미래의 주인을 길러낼 '스승' 인데 자칫 학교현장이 정치마당으로 변모하고 또다시 10년 전의 갈등이 재연될 경우 교육의 기초가 위태롭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측은 오히려 "교육부장관에 5, 6공 때 교육민주화운동을 탄압하거나 사립학교재단에 관여하는 등 기득권 보호에 앞장섰던 인사는 제외돼야 한다" 면서 사실상 전교조교사 대량해직 때 칼자루를 쥐었던 교육원로들에게 '선전포고' 를 했다.

이같은 대립 양상 속에 27만 교직사회의 양분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대로라면 전교조에 가입하면 노조원이, 한국교총에 남아있으면 비노조원이 된다.

당연히 교원의 처우.복지문제 등을 둘러싼 정부와의 단체교섭 양상도 달라지게 된다.

그동안은 한국교총이 유일한 교섭창구였으나 전교조가 참여하면서 창구단일화 - 별도교섭 - 공동교섭을 둘러싸고 팽팽한 세력다툼이 예상된다.

이때의 주도권을 위해서도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앞으로 회원지키기, 신규가입자 늘리기 등 세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간 입장차이에 따른 편가름 현상도 예견된다.

지금까지는 국.공.사립학교에 관계없이 교육공무원법 등에 의해 신분이 보장됐지만 앞으로는 노동관계법에 의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법인들은 일반 사업장처럼 노조원인 교원에 대해 정리해고할 수 있도록 권한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여하튼 전교조는 10년만의 숙원을 풀었지만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전교조가 실질적으로 합법화되기 위해서는 노조 및 복수교원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공무원법.교육공무원법.교육기본법 등 관련 법령이 개정되거나 새로 제정돼야 한다.

이는 국회통과가 전제된다는 뜻인데 현재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때 "현재로선 전교조 인정은 성급하다" 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앞으로 1년반 동안 협상과 대립, 갈등과 봉합과정을 거치면서 '제3의 단체' 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다.

또는 서로 영역을 나눠 협조적 대립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한국교총은 교감급 이상 및 전문직을, 전교조는 평교사를 대표하는 선에서 세력균형을 이룰 수도 있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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