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라크 공격 원군없어 결행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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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의 대 (對) 이라크 무력사용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외교적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3일 유럽.중동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회담한 뒤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고 있으나 군사행동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하며 "일단 군사행동을 취할 경우 의미심장한 조치가 될 것" 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실제 무력을 사용하는 데는 과거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내 공군기지 사용에 난색을 표명함에 따라 작전상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내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1백여대의 미군기중 절반 이상은 KC - 10 같은 공중급유기, RC - 135 등 전자전기, EC - 3 공중 조기경보기 등 지원용 항공기들이다.

반면 걸프해상의 항공모함이나 쿠웨이트내 미군기지 등 사우디아라비아 이외 지역에 배치돼 있는 미군기들은 직접 공격용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장기화될 경우 미군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배치돼 있는 항공기들의 지원없이 작전을 전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과거와 달리 미국의 이라크공격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미사일 몇발 쏘거나 공습을 감행하더라도 후세인 정권에 치명타를 가할 수 없으며 결국 후세인은 건재, 앞으로도 계속 중동의 위협으로 남게 된다는 게 사우디의 생각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친미정책은 중동세계에서 자국의 고립을 초래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자국내 미군시설에 대한 국내외 저항세력들의 테러공격을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에 따라 쿠웨이트.바레인.이집트 등과 협력해 사우디아라비아를 계속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끝내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조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걸프만의 항공모함과 걸프지역내 다른 기지의 전력만 갖고 초단기 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장도선·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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