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반항아' 제프리 삭스의 아시아 금융위기 처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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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에 줄곧 반대 의견을 밝혔던 제프리 삭스 (사진) 하버드대 교수가 아예 매우 구체적인 '대안' 을 제시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발표된 그의 대안에는 IMF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들이 ▶금리를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고▶신용 경색을 피하기 위해 적절히 돈을 풀어야 하며▶수출업체들이 도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최근 IMF와 고금리 정책의 완화를 협상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참고가 될만한 이야기다.

삭스 교수는 지난달 29일 워싱턴의 미 대외원조처 (USAID)가 주관한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 금리.통화.재정 등 각 분야에서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국은행 워싱턴 사무소가 요약한 발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정책 대안으로 ▶갑작스런 은행 폐쇄를 피할 것▶금리를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신용경색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국내 유동성을 공급할 것▶경기 대응 수단으로 어느 정도의 재정적자를 허용할 것 등을 주장했다.

그는 또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준수를 지나치게 밀어붙여 수출업체들마저 도산시키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되며 은행문을 닫게 하기보다 외국 자본을 참여시켜 자본금을 늘리는 쪽이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의 상황과 관련, 삭스 교수는 "한국은 미국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나라며 은행 부채도 관리 가능한 수준" 이라며 "정치적 안정도도 인도네시아보다 좋기 때문에 뉴욕의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외채상환 기한을 연장한 결정은 적절한 것" 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그는 "아시아 위기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선 일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일본은 경기를 부양하는 금융.조세정책을 펴야만 한다" 고 강조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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