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어선의 집단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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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정부가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때 우려되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두나라 국민의 감정을 자극해 한.일관계에 나쁜 영향을 주는 사태로 급격히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런 점에서 3일 일본어민들이 공해상에서 우리 어선들을 둘러싸고 조업중단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벌인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행동이 단순한 어업분쟁으로 그치지 않고 두나라 국민의 감정을 자극해 그 파장이 전반적인 한.일관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어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데는 물론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자기네 연안어장 근처에서 우리어선이 조업함으로써 어업자원이 위협받고 그물 등 어업시설물이 파손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 어선이 조업한 해역은 아무도 배타적 관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해 (公海) 라는 점에서 우리 어선의 조업을 방해하기 위한 일본어민들의 집단행동은 국제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한때 이 해역에서의 어업활동은 어업자원 보호를 위해 한.일 양측이 자율적으로 규제해 왔다.

이 자율규제 약속은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사협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는 일본정부가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깨져 우리로서도 자율규제 약속을 지킬 근거를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일본어민들이 비록 공해상이라 해도 우리어선을 상대로 조업자제를 호소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사의 전달방법이 문제다.

바람직한 방법은 감정을 자극하는 말과 행동이 아니라 이성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일본어민의 집단행동은 공해상의 어업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위협적인 행위로 우리 눈에 비쳐 한국의 국민감정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론 한.일 양국이 조속히 분쟁을 해결, 감정대립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한.일간의 이성적이고 실무적 접촉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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