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직권면직 왜 실시하나…경쟁 부추겨 효율성도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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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무원 자리를 '철 (鐵) 밥그릇' 이라고 부르는 것은 헌법이 자리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밥그릇을 깨뜨리는 정리해고는 가위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5.16 군부는 집권하자마자 철밥그릇을 깨기 위해 국가공무원법에 직권면직 조항을 만들었지만 정작 정리해고는 한차례도 못했다.

헌정사상 유일하게 80년 5.17 신군부세력이 공무원 수천명을 잘랐지만 6공 들어 '위헌' 판결이 나는 바람에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주어야 했다.

김영삼 (金泳三) 정부는 감축을 주장하고서는 되레 4만8천여명을 늘렸다.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 (정개위) 는 이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는 듯하다.

전두환 (全斗煥) 정권은 정식으로 정권을 잡기도 전에 과감하게 하다 보니 너무 거칠었다.

국보위법중 위헌판정이 난 조항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 (職) 을 면 (免) 한다' 는 부분이다.

국가공무원법상 직권면직에 해당하는 '직제.정원의 개폐' 나 '예산감소 등에 의한 폐직.과원 (過員)' 과 무관하게 무조건 면직시켰기에 명백한 위헌이라는 판정이었다.

정개위는 이같은 교훈에 따라 일단 시기적으로 새정부 출범 전에 정리해고의 법적 근거를 완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5공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무원법 보완작업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직권면직의 불가피성은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잉여인력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원.경찰을 제외한 50만명의 10%인 5만여명을 감축해야 하는데 명예퇴직 확대.정년연장 금지 등의 통상적 방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개위는 명퇴확대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도 감원은 6%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개위는 나아가 이번 기회에 공무원의 철밥그릇을 아예 깨뜨려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행정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사회에도 경쟁을 도입해야 하고, 그러자면 해고가 쉬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도 없지 않다.

신분보장이 깨질 경우 공무원들이 생존차원에서 정치권 줄서기에 대거 나서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수 있다.

헌법에 신분보장에 관한 규정이 있는 한 위헌가능성을 다툴 여지는 충분하다.

또 면직대상 선정기준에 이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해직된 공무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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