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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안도현의 포근한 이야기…수필·동화집 펴내 삶의 희망 노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봄날이 보이질 않는다.

내일이면 봄의 문턱 입춘인데도 벗은 가지를 부는 바람에 여전히 사지가 움츠려 든다.

딱해 보였나. 괜찮아 괜찮아 하며 두 시인이 따스한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펴냈다.

사별한 아내에 대한 애절한 사랑으로 수많은 독자를 울린 '접시꽃 당신' 의 시인 도종환씨는 수필집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사계절刊) 를, 한 마리 연어로 사랑과 삶을 일깨워 준 '연어' 의 작가 안도현씨는 동화 '관계' (문학동네 刊) 를 최근 펴냈다.

도씨는 이 세상이 절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이번 수필집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애당초 이 세상이 밝고 전도양양하며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많은 이들이 가슴 뜨겁게 살고 있다면 따로 희망을 얘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3년동안 꼬리에 못이 박혀 움직일 수 없었던 도마뱀이 있었다.

몸부림치며 절망하고 있을 때 먹이를 물어온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있었다.

나만 살자고 너를 버릴 수 없다는 그 표정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꽃도 잃고 열매도 빼앗긴 나무를 보고 사람들은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이 다만 겨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추운 계절 봄을 기다리는 희망의 표정들을 도씨의 수필집은 정갈하게 담고 있다 톡, 하고 땅에 떨어진 도토리는 혼자는 두렵다.

하지만 낙엽들이 도토리를 품으면 새 봄을 기다릴 수 있다.

낙엽과 도토리의 관계를 통해 봄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쪼개지고 끊겨 버리는 우리네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안씨.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등의 시집을 발표하며 활발한 시작 활동을 편 시인의 귀로 자작나무와 갈참나무.소나무 그리고 피라미.버들치.반달곰과 돌멩이들의 속삭임을 들어 동화로 옮겨 놓았다.

우리가 져버린 삶의 아름다운 관계를 우화적으로 들춰 놓은 것이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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