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 쓰라린 고별전…맞수 서장훈 압도에도 팀은 역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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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종료 버저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힘을 모아 던진 슛은 멀찌감치 빗나갔다.

전광판에 새겨진 마지막 스코어는 72 - 69.지난해 두번이나 부러졌던 콧날에 비로소 아픔이 찾아들었다.

모든 대학팀의 스카우트 표적이 되었던 휘문고 3년생 시절 고려대 진학을 발표하며 토해냈던 현주엽의 다짐은 이제 자신만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지는 팀에 가 우승팀을 만들어야 진정한 영웅이다.”

당시는 서장훈이 골밑을 평정한 연세대의 전성기. 고려대는 그야말로 연세대의 '밥' 이었다.

현주엽은 그래서 고려대를 원했다.

2일 연세대와의 97~98농구대잔치 남자부 준결승. 1승1패로 맞선 두팀의 마지막 한판이자 현주엽과 서장훈이 대학시절 벌이는 최후 결전이었다.

현주엽은 35득점.9리바운드를 기록, 서장훈 (13득점.6리바운드) 을 압도했다.

그러나 고려대는 마지막 1.4초를 남기고 연세대 조상현 (22득점)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지난 4년간 '고려대 농구의 혼' 으로 버텨온 현주엽의 꿈은 이렇게 깨졌다.

졸업식을 3주 앞둔 이제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처진 등을 두드리며 누군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프로가 기다린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야….” 그러나 4년동안의 꿈이 사라진 지금 현의 귀에 “프로” 라는 말은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프로행을 굳힌 현주엽은 오는 3월 한국농구연맹 (KBL) 드래프트에서 진로가 정해진다.

휘문고 1년 선배이자 영원한 맞수인 서장훈은 이미 SK행이 굳어졌다.

현주엽은 드래프트 1번 지명권을 잡을 것이 확실한 SK의 표적. 서장훈과 한 배를 타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현주엽은 지금 차라리 다른 팀에 입단해 또한번 대결할 기회를 맞고 싶은 마음 뿐이다.

허진석·강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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