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구조조정]7.가정행사…체면치레 집안잔치, 의미 새기며 거품 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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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하객식사 1인당 6만원, 꽃장식 18만원, 떡3종류.과일 5가지로 차린 회갑상 27만5천원, 3단케익 9만6천원, 노래방기계 대여료 20만원… 다음달 시아버지 환갑을 준비중인 주부 박주현 (32.서울강남구대치동) 씨는 참고로 삼기위해 얼마전 부모님 환갑을 치른 친구로부터 비용명세서를 건네받고는 그어마어마한 규모에 혀를 내둘렀다.

경제사정이 자신과 비슷한 친구네 행사였기에 자신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여겼던 박씨의 계산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기 때문. 친구는 “회갑상을 자식들의 출세와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만큼 부모님 체면을 위해 무리를 했다” 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체면 때문에' '날마다 하는 일도 아닌데' '그냥 지나치면 서운해서' 라는 생각에 잔뜩 부풀려진 집안행사. 웃어른의 생신.아이들 생일.집들이등 크고 작은 집안행사는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는 퇴색한채 결국 경제적인 부담으로 가계를 짓누르기 마련이다.

특히 '자식이 상전' 인 요즘, 아이 돐은 대표적으로 거품이 심한 가정행사중 하나. 집이 좁다는 핑계로 외식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고 호텔에 수십명씩 청해 20만~30만원짜리 돐상을 차리고 15만~20만원이나 들여 앨범을 만드는 부모도 흔히 찾아볼수 있다.

이렇게 남이 하는대로 소신없이 따라가다보면 가정행사는 자칫 허례로 흐르기 쉬운만큼 준비하기 전에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3남2녀중 둘째며느리인 이경아 (31.서울양천구목동) 씨네는 시부모님 생신때마다 자식들이 시어머니가 정해준 음식을 한가지씩 준비해 모여 별 부담없이 생신을 치르고 있다.

음식종류도 명태양념구이.잡채.불고기등 평범한 수준이다.

지난해 시어머니 환갑상도 마찬가지였는데 다만 자녀들끼리 약간씩 돈을 걷어 두분이 온천에라도 다녀오시라고 건네드렸을 뿐이었다.

지난 12월 결혼식을 올린 박수정 (27.서울서초구잠원동) 씨는 남편 친구들 집들이를 주말 저녁식사 후로 정해 식사없이 다과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황정선팀장은 “가정행사는 그 의미를 모두가 공감할때만 그 가치가 있다” 며 “과거 사망율이 높은 시대에 크게 치렀던 돐이나 회갑연등은 현대사회에서는 잔치를 할 의미가 없어졌다” 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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