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의 정치인]이정무 자민련 총무…김종필명예총재 총리 인준 타협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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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제3당이면서도 여권의 일원인 자민련 원내사령탑 이정무 (李廷武) 총무는 이번 임시국회를 맞으며 누구보다 신경이 곤두서 있다.

무엇보다 거야 (巨野) 한나라당을 상대로 김종필 (金鍾泌) 명예총재의 국무총리 임명동의건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의 철벽공조를 받고 있다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여소야대의 벽이 너무나 높은 것이다.

'JP총리' 를 겨냥한 한나라당의 인사청문회 공세는 점차 거세지고 있다.

첫 단추인 이 문제를 잘못 풀면 공동정권의 집권 프로그램이 온통 뒤죽박죽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김대중당선자와 JP간에 얼굴 붉히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벅찬 과제지만 그로선 정치 실세로서 기반을 굳힐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李총무 (대구남구) 는 대선 당시 대구출신 자민련의원들이 한나라당을 찾아갈 때도 당을 지켰다.

당장의 이익을 좇아 가볍게 행동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JP의 신임이 남다른 것도 이런 처신 덕분이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뒤 기업에 몸을 담았다.

대구백화점을 운영해봤고, JC전국회장을 한뒤 88년 13대 때 (당시 민정당) 금배지를 단 재선의원이다.

자연히 유통분야를 포함한 기업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인데 “경제관료는 실물을 해본 사람이 맡아야 한다” 며 자기 선전에도 적극적이다.

2일 시작한 임시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난 그는 “여당총무가 되니 회의가 많아지고 고민이 깊어졌다” 며 말문을 열었다.

- 'JP총리' 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가 있지 않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선거전엔 국민회의 일각에 그런 얘기가 있었던 걸로 알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JP가 보여준 헌신적인 노력과 객관적 역할이 인정되면서 국민회의의 인식이 싹 바뀌었다.

국민회의가 앞장서 한나라당측을 만나며 해결에 나서고 있다.”

- 수적 우위를 내세워 한나라당이 표결처리를 주장할 텐데.

“집권경험이 있는 한나라당이 막무가내로 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민감한 현안엔 합의까진 아니더라도 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 자민련은 어차피 '여권 2중대' 가 아닌가.

“천만의 말씀이다.

집권경험.경제기적의 주역들이 모여 국민회의와 다른 독특한 컬러를 내지 않은가.

다만 공동정권의 파트너로서 박상천 (朴相千) 총무와 거의 매일 접촉하며 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 국민회의 朴총무와 스타일 면에서 대조적인데.

“朴총무와 콤비를 이룬지 2년이 됐다.

성격이 직선적이라 다소 곤혹스러울 때도 있지만…열심히 뛰고 감추는 게 없는 솔직한 분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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