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포커스]TV 3사 헤드라인뉴스 성우들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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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성우들이 외치는 기합 일성.

“우리도 뉴스를 만든다.”

무슨 말일까. 뉴스는 앵커와 현장 기자들의 독무대인데…. 잠시 보자. 밤8시59분, MBC 뉴스데스크가 헤드라인 뉴스 타이틀을 올리면서 50초 먼저 시청자를 향해 '9시 승부수' 를 던진다. 예광탄 '헤드라인' 을 맡은 전위주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얄미울 정도로 사무적이고 긴박감 넘치는 목소리로 네개의 요약기사를 속도감 있게 처리한다.

주인공은 기자도 아나운서도 아닌 성우. 사운을 건 승부처라는 점에서 긴박감은 더하다.

이는 MBC가 성우 안지환 (30) 을 기용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KBS가 9시 뉴스를 드라마 '정 때문에' 에 이어 광고없이 8시59분 50초에 시작하는데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건 이미 오래된 얘기. '한동안 아팠던' MBC로서는 단 10여초라도 머리 하나를 먼저 밀어넣고 싶었던 것이다.

애지중지하는 대리석을 최고의 연장으로 깎고 싶은 장인의 심정이랄까. '이왕이면 목소리 연기자가 낫지' 싶었나 보다.

그렇다면 목소리 연기자를 투입한 결과는 어떨까. 시청률 조사기관인 MSK (미디어서비스코리아) 의 조사결과로는 8시59분을 전후해 MBC뉴스로 건너오는 시청률이 평균5~7%포인트. 헤드라인과 성우를 묶은 '패키지 카드' 가 효과 있다는 얘기일 게다.

그런 까닭일까. 주말 KBS 뉴스9는 여자성우로, SBS 8뉴스도 헤드라인 뉴스에 성우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맞불작전중이다.

시청률 선점을 노린 헤드라인 경쟁으로 이젠 성우도 당당히 보도국 일원이 된 듯하다.

그 삼파전에서 앵커.기자들은 뭘 해야할지 뻔하다.

성우들이 뉴스 제작에 가세한다면 그들은 정말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 것.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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