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폐막…"아시아 위기, 일본은 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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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안락사에서 디지털 민주주의, 일본의 금융정책에서 미국의 21세기 패권주의까지.”

매년 초 스위스 동부 알프스 산간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논의되는 토픽은 2백가지가 넘는다.

부자기업인들을 위한 값비싼 교양강좌로 보면 된다.

40여명의 국가 원수급 지도자를 비롯, 2백50여명의 각료급 이상 정치인과 노벨상수상자를 포함, 3백여명의 각계 전문가가 이번 총회의 강연자로 초대됐다.

올해도 약 1천명의 각국 최고 경영자 (CEO) 들이 우리 돈으로 1천5백만원 가까이 되는 비싼 '수업료' 를 내고 다보스 포럼에 등록했다.

지난달 29일 개막돼 3일 폐막되는 제28차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WEF) 의 주요 논의내용을 정리한다.

◇ 아시아경제위기 = 관심이 집중된 토픽은 단연 아시아경제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이었다.

논의는 대개 세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첫째, 일본의 역할론. 적극적 내수 진작을 통해 위기에 처한 아시아국가를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세계경제는 물론 일본경제에도 도움이 될 텐데 오히려 일본의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경제연구소장은 “일본은 아시아국가 지원을 위한 소소한 추가 재원 출연에 매달릴 게 아니라 대 (對) 아시아 수입을 1천억달러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서 “그러나 일본정책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고 지적했다.

두번째 포인트는 중국. 아시아위기 여파를 흡수할 목적으로 중국이 위안화 (貨)에 대한 평가절하를 단행할 경우 이번엔 대만.홍콩까지 포함한 더 심각한 통화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표명됐다.

세번째 포인트는 통화가치 하락에 힘입은 아시아국가들의 수출공세를 과연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 버그스텐 소장은 2000년까지 미국의 순부채가 1조5천억달러까지 급팽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로 인해 달러가치가 폭락할 경우 아시아위기와는 비교가 안 되는 큰 파장을 세계경제에 몰고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국제정치 불안 = 단기적으로 미국.일본.중국 등 3개국이 국제정치의 중요 변수라는데 일치된 인식을 보였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이 몰고올 파장, 중국의 통화정책의 여파 등이 올해와 내년 세계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국제질서의 미래에서 중국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슈퍼파워로 중국이 부상함으로써 제기될 도전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가 앞으로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보스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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