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정약용 '노인에게 유쾌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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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는 본디 조선사람인 것을

그러므로 조선의 시를 노래하리라

그대들도 마땅히 그대들의 시를 쓰게나

괜스레 이것 저것 시늉치 말고

- 정약용 '노인에게 유쾌한 일'

다산 (茶山) 정약용 (丁若鏞.1762~1836) 이 귀양살이 약 20년만에 돌아온 뒤의 시다.

그때 일흔살이었다.

조선5백년의 전인적 (全人的) 지성의 본산은 그 원숙성보다 치열성이 더하다.

중화사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시단 풍토를 꾸짖는데, 여기서 그의 민족문학적 기개가 오롯하다.

시를 외래의 율격에 치중하기보다 자유와 현실에의 신념으로 들어올리는 것. 그의 많은 유배시편들은 한결같이 한국 사실주의의 근대적 전야 (前夜) 를 이루고 있다.

어디 시에 관한 일만이겠는가.

두가지 섭섭함은 다산에게 한글시조 한편이 없고 소설을 부정한 봉건성이다.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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