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외채결전 숨은 공신 미국 워커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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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욕협상에서 한국대표단의 법률고문으로 맹활약한 마크 워커 (56) 변호사.

'클리어리, 고틀립, 스틴 앤드 해밀튼' 법률회사에 소속된 그는 협상이 타결된 다음날인 29일 (현지시간) 아침 일찍 월가 한복판의 원 플라자 빌딩 45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했다.

"이번 협상은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공정한 거래' 였다고 봅니다.

한국이 빨리 정상화 궤도에 진입토록 하는 것만이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입니다."

그는 이번 뉴욕 외채협상에서 한국대표단이 공식 인정하는 '1등 공신' 이다.

정덕구 (鄭德龜)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는 "처음에 어느 정도로 도움이 될지 몰랐으나 지내놓고 보니 어마어마한 사람이었다" 고 그를 평가했다.

그는 국제 채무 재조정 관련업무를 30년 이상 해온 이 방면의 세계적 권위자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설득력있는 논리와 세련된 표현으로 프리젠테이션 (향후 경제정책 방향 및 외환 수급계획 등에 대한 설명회)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

또 거물 금융인들과의 친분관계를 활용, 채권단측과의 우호적 분위기를 엮어냈으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그쪽의 '생각' 을 미리 파악해 주기도 했다.

그는 월가의 은행. 투자회사 중역들과는 대부분 '퍼스트 네임 베이시스 (서로 이름을 막 부를 정도로 친한 사이)' 로 지내는 사람이다.

협상단은 그가 협상 테이블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든든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채권금융단으로부터 이번 협상의 법률고문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소속 법률회사가 이미 한국 채권 발행건과 관련, '추진하는 건 (件)' 이 있어 재경원쪽 사정을 체크하다가 오히려 한국측의 법률고문으로 채용됐다.

"한국 정부측 사람들과 파트너로 일하는 게 재미있고 보람있습니다.

앞으로 채권발행이나 국제 협조융자 (신디케이트 론) 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요청이 있으면 기꺼이 같이 일하겠습니다.

"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수학.영문학을 공부한 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지난 95년 멕시코 금융위기와 관련한 자금지원 협상에서도 멕시코 정부를 위해 일했던 경험이 있다.

"80년대의 남미 외환위기는 경제규모에 비해 과다한 외채가, 95년 멕시코 사태 때는 정부 채무가 문제였습니다.

반면 한국은 민간부문의 기채로 인한 단기 유동성 부족이 원인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상황은 당시 남미 국가와는 많이 다르다고 그는 덧붙였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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