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정신분석…의도적 기억상실로 기회만 있으면 '끼' 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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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아칸소주의 작은 휴양도시인 핫스프링스에서 자랐으며 네살 때 의붓 아버지를 맞는다.

심한 알콜 중독자였던 의부는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으며, 불법 도박이 성행하고 거의 모든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던 핫스프링스도 결코 좋은 성장 환경은 아니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데이비드 매러니스 기자는 이같은 환경에서 자란 클린턴의 어린 시절 친구들을 인터뷰해 주목할 만한 사실을 알아냈다.

바로 '의도적인 기억 상실' 이다.

싫거나 불리하고 추한 면을 일부러 외면하고 아예 없는 사실인양 기억에서조차 지워버리는 클린턴의 이같은 성격은 그의 어머니 버지니아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보좌관들이 듣기 싫은 조언을 할 때 앉은 채로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먹어대며 쳐다보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 클린턴의 태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워싱턴의 정신병 의사 제임스 리버만은 "만일 르윈스키 일로 클린턴이 좌초한다면 '나는 절대 패하지 않는다' 는 망상이 근본 원인" 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유리하고 좋은 일만 보아온 성격이 성공을 거둔 요인이기도 하나 동시에 망상에 빠져 성공의 절정에서 어이없는 잘못을 저지른다는 것. 르윈스키 스캔들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클린턴이 아칸소 시절부터 문란한 성관계를 가져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이에 대해 '섹스 중독이 아닌가' 라는 웃지 못할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클린턴 자신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코카인에 중독된 동생의 치료를 거들던 중 "우리는 모두 무엇엔가 중독돼 있다고 생각해. 누구는 권력에, 어떤 이는 음식에, 또 누군가는 섹스에…" 라고 친구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항상 '자발적인 섹스 파트너' 들에게 둘러싸여 기회만 있으면 발동하려는 그의 불안한 성적 충동 때문에 힐러리는 물론 그의 충성스런 많은 보좌관들은 그간 '클린턴으로부터 클린턴 보호하기' 에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해야 했다고 그는 아울러 전하고 있다.

주지사 시절 힐러리는 하다하다 못해 클린턴의 친구들 중 나쁜 친구들은 못만나게 했고 보좌관을 시켜 항상 클린턴의 소재를 파악했으며 심지어, 혼자 나가는 조깅도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 조깅 도중 몇 시간씩 종적을 감추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런 클린턴은 항상 무엇엔가 에너지를 쏟아 부을 일이 없으면 우울해지고 개인적 무질서로 빠져들며 주변에 누가 있어야지 혼자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매러니스는 결론짓고 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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