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스타 ④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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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느라 계절이 바뀌는지도 모른다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21·삼성전기) 선수가 모처럼 짬을 내 책을 들고 초여름 신록 속에 앉았다. [김진경 기자]

안녕하세요.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입니다. 저는 여느 때처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입니다. 솔직히 여자친구도 없고 선수촌 생활을 하는 저한테는 ‘계절의 여왕’도 별 의미가 없죠. 하하. 선수촌 일과는 단순합니다. 규칙적으로 훈련하고, 밥먹고, 잠자는, 그런 일과가 반복되죠. 그 사이 짬이 나면 선수들은 숙소 로비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어요.

제가 틈틈히 읽었던 책 중 잊을 수 없는 작품이 한 권 있습니다. 책 제목은 『가족』입니다. 배우 주현씨와 수애씨가 아버지와 딸로 열연한 영화로 먼저 나왔죠. 저와 같은 팀(삼성전기)에서 뛰는 (한)상훈이 형이 “읽고 울었다. 너도 한 번 읽어보라”고 해서 처음 접한 책인데 제 삶에도 많은 변화를 줬습니다.

이야기 속 아버지와 딸(정은)은 사이가 좋지 않아요. 딸은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다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고, 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마음에도 없는 독한 말들을 내뱉고요. 조직폭력배 창원의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다녀온 정은이 복잡한 사건에 얽혀 계속해서 창원의 협박을 받습니다. 정은은 창원의 협박에 못 견뎌 그를 죽이려고 하고, 그런 계획을 알게 된 아버지는 그 자리에 대신 나가고 결국 창원의 칼에 찔려 죽습니다.

처음에는 ‘상훈이 형 말처럼 설마 울겠어’라는 생각에 책을 들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아버지가 딸에게 “아빠는 엄마를 정말 사랑했단다”라고 고백하는 편지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렸습니다. 제 부모님 생각이 났거든요.

책을 읽던 2005년 저희 집도 그다지 사정이 좋지 않았어요.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가족들간 갈등도 잦았어요. 집안 분위기는 늘 어두웠고 가족이 모두 저만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그런 상황이 부담스러워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읽고난 뒤 부모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았어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는 마음. 제 자신이 부끄러웠고 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정말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그때부터였어요.

2006년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어요. 병세가 회복되실 때까지 3개월여간 저는 『가족』에서 읽었던 내용을 생각하며 힘든 시간을 버텼어요.

물론 지금 우리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화목하게 지냅니다. 제가 베이징올림픽 경기장에서 금메달이 결정된 순간, 어머니한테 ‘윙크’를 했지만 사실 제 성격이 무뚝뚝해 “사랑한다”는 말을 좀처럼 꺼내지 못해요. 이번 기회에 이 지면을 빌려 그 말을 하고 싶어요. “엄마, 아빠.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아껴주셔서 제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정리=온누리 기자


‘책 읽는 스타’가 책을 목말라 하는 곳에 책 100권을 선사합니다. 캠페인 전용사이트(http://joins.yes24.com)에 사연을 올려주세요. 이용대씨가 기증하는 책 100권은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인천광역시협회 이은주 간사에게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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