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박쥐’ 닷새 만에 100만 … 한국영화 최단기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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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개봉 닷새 만에 100만 명. 지난달 30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4일 관객수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전까지 한국영화 중 최단 기간 100만 명 돌파 기록은 ‘박쥐’보다 불과 일주일 먼저 개봉한 ‘7급공무원’이 보유하고 있었다. ‘7급공무원’이 8일 걸려 세운 기록을 ‘박쥐’가 사흘 단축한 것이다. ‘7급공무원’은 12세 이상 관람가지만 ‘박쥐’는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초스피드다.

‘박찬욱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박쥐’ 돌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13일 개막하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올드 보이’로 황금종려상 다음 가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 감독이니만큼 수상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심사위원 중 이창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포함된 점도 기대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칸 수상이 국내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칸 효과’는 영화마다 달랐지만, ‘박쥐’처럼 감독·배우와 관련된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경우는 지금까지 비교적 위력을 발휘해온 편이다. 대표적인 예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괴물’(2006)이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이다.

‘반짝 흥행’에 그치리라는 의견도 소수지만 있다. ‘박쥐’가 박 감독의 전작 중 대중적인 작품인 ‘공동경비구역 JSA’쪽보다는 ‘복수는 나의 것’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등 이른바 예술영화 성향이 강한 쪽으로 분류되는 탓이다. 영화의 ‘실체’가 드러나면 관객몰이는 지금처럼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누구 말이 맞을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어쨌든 몇 년간 잔뜩 찌그러든 한국 영화계에 ‘박쥐’가 비타민 역할을 하는 것만큼은 확실한 듯 싶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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