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투자 10년 뒷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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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의 투자 규모가 외환위기 이전의 6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에서 100원의 현금을 벌어 투자는 75원만 하고 나머지는 빚을 갚거나 배당을 하는 데 썼다. 이에 따라 영업에서 번 현금이 투자로 쓴 현금보다 많은 현상이 1999년 이후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일 한국은행이 총자산 70억원 이상 외부감사 대상 제조업체 4622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업체당 평균 기계.설비 등 유형자산 구입액은 72억3000만원으로 외환위기 이전인 1994~97년 평균치의 62.5%에 그쳤다. 특히 감가상각분을 뺀 실질 유형자산 증가액은 1년 전보다 0.6% 늘어난 업체당 2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제조업체들이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은 업체당 평균 116억1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4.1% 늘었다. 그러나 기계.설비나 특허권 등 유.무형 자산 투자에 쓴 현금은 86억4000만원으로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의 75%에 그쳤다. 투자에 쓰고 남은 현금 가운데 업체당 평균 19억원은 빚을 갚거나 현금배당을 하는 데 써 재무상태는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영업에서 번 현금수입액이 늘어나 현금흐름이 개선된 업체는 47.5%인데 비해 현금흐름이 악화된 업체는 52.6%로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706억4000만원의 현금수입을 올려 이 가운데 462억8000만원을 투자에 쓰고 나머지 93억3000만원은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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