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명박-박근혜 대화합이 여권 쇄신의 요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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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은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바꾸는 인적 쇄신과 쇄신특위를 만드는 기능적 쇄신을 수습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으론 집권세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 없다. 암은 그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계속 자라다가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6월 지방 선거 때 크게 도질 수 있다.

여권의 가장 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 세력과 박근혜 전 대표 세력 간의 대립과 갈등이다. 이는 경주선거에서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났다. 양대 축이 대립하니 많은 게 엉킨다. 이명박(MB) 개혁 입법을 추진하려 해도 동력이 달리고, 의원총회 열기가 부족하며, 지도부의 호소나 권면이 먹혀 들지 않는다. 양쪽 계파는 공천이나 당원협의회 같은 하부조직, 그리고 아침의 ‘라디오 정치’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부닥친다. 계파 갈등은 전체적인 당의 분산(分散)으로 이어져 당은 지리멸렬하고 있다. 지도부와 지도부, 지도부와 의원 간에 목소리가 갈라진다. 다가구 양도소득세나 변호사시험법 문제가 그랬고, 지난주 ‘김영선 파동’도 그랬다.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상임위가 오랫동안 마련한 법안을 왜 원내대표들이 마음대로 하느냐”고 외치자 당 의원들이 가세해 국회 폐회 직전 금융지주회사법을 부결시켰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싸우던 옛날 신민당도 이런 일은 없었으며 김영삼파와 민정계가 대립하던 민자당도 이러진 않았다.

당내 갈등의 1차적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주류 세력에 있다.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대선 때의 약속,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는 총선 전의 약속을 주류가 지키지 않은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선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이 대통령과 주류 세력은 박근혜파가 ‘BBK 의혹’ 등을 공격했던 걸 기억하며 경선의 앙금을 지금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걸 뛰어넘어야 한다. 집권세력의 단합이야말로 5년 성공의 요체다. 주류 세력은 박근혜 세력이 무엇을 억울해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듣고 대화합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박근혜 세력은 이번 선거로 파워를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계파 분열로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집권당이 대패하면 지지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은 박근혜 세력에도 국정 혼란의 동반 책임을 물을 것이 자명하다. 당이 살아야 박근혜도 산다. 그리고 보수정권의 성공은 박근혜가 책임지고 지켜야 할 가치 아닌가. MB뿐만 아니라 박근혜도 분열을 건너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