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업협정 일방 파기…외교·해상 마찰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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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총리는 22일 한.일 어업협정과 관련,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과 무라오카 가네조 (村岡兼造) 관방장관, 시마무라 요시노부 (島村宜伸) 농수산상과 최종 협의를 갖고 한.일 어업협정을 공식적으로 파기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23일 각의에서 정식 파기결의를 한 뒤 곧바로 한국에 협정종료를 통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측의 거센 항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여 한.일 외교관계는 급속히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협정이 파기되면 앞으로 1년간 기존 체제에서 조업하지만 그때까지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한.일 양국이 96년 각각 국회에서 비준한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법에 따라 무차별적인 상대국 어선나포에 나설 수밖에 없어 어업질서가 극도로 혼란하게 된다.

일본측은 "지금까지 계속 협상을 벌여왔지만 한국측이 조업수역 양보에 응하지 않아 파기할 수밖에 없다" 고 밝히고 "차라리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편이 협상을 가속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어업협정과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의 협상분리 ▶독도 주변 수역에 대한 기존체제 유지 등에는 합의했으나 자국어선만이 조업할 수 있는 전관수역을 34해리로 할 것인지, 35해리로 할 것인지를 놓고 대립해 왔다.

또 한국은 새 어업협정의 잠정수역 동쪽 한계선을 동경 1백36도로 할 것을 요구했으나 동경 1백35도선을 고집하는 일본측과 마찰을 빚었다.

일본의 주장대로 동경 1백35도선을 동쪽 한계선으로 할 경우 황금어장인 대화퇴어장에서 한국 어선의 조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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