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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타격 겹친 ‘아시아 펀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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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30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거품이 터져 나오듯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전 세계는 우발적으로 발생한 전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2005년 조류 인플루엔자(AI) 때와도 사뭇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플루의 감염경로를 차단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남은 것은 신종 플루가 세계 시장을 파괴할 정도의 대재앙으로 번지지 않도록 바라는 것뿐이다.

그런데 아시아는 다른 종류의 거품 붕괴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헤지펀드다. 런던에서 발행하는 ‘아시아 헤지’란 잡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15개월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헤지펀드 20%가 청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플루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것은 마치 성경에 나오는 재앙을 연상케 한다. 다음 재앙은 무엇일까. 메뚜기떼의 습격인지, 개구리가 비처럼 내리는 것인지. 어쨌든 세계 경제가 취약한 만큼 보건 당국자들이 신종 플루를 잘 통제하는 데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재앙은 아시아에 커다란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아시아는 높은 인구밀도와 도시의 과밀화, 빈곤, 부족한 보건·의료 서비스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신종 플루의 진원지는 멕시코지만 아시아 각국이 신종 플루의 확산 방지를 위해 부산을 떠는 이유다. 신종 플루가 아니라도 경제는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해도 아주 완만한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2조 달러의 경기부양책도 지난 1년6개월 동안 벌어진 자산가격 하락을 뒤집는 데 충분치 않다. 신용 위기로 인해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청산된 헤지펀드는 129개나 된다. 적어도 최근 8년 동안 최악의 숫자이고, 2007년에 비해선 두 배가 넘는다. 올 1분기에 청산된 것도 17개다.

시카고에 있는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헤지펀드는 지난해 평균 19%의 손실을 봤고, 투자자들이 빼간 돈만 1550억 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실적이다. 아시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아시아 헤지’의 편집장 폴 스토리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으로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는 930개였다. 2000년의 160개와 비교해 보면 거품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아시아 투자 펀드의 인기는 홍콩·일본·싱가포르 시장이 그만큼 성숙했기 때문이란 반론이 가능하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과거 아시아는 경제성장에 비해 자본시장 발달이 늦었다. 비슷한 가치를 지닌 채권이나 자산을 아시아에선 선진국보다 싸게 살 수 있었다.

그러자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났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수많은 투자자가 이익을 나눠 먹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시장이 활황을 보이던 2000년대 중반 무렵 헤지펀드에서 일하겠다는 사람 중에 경험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묻지마 투자’가 일반적 풍조였다. 신종 플루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보건 당국자들은 감염경로의 차단을 포기하고 이미 발생한 환자의 치료에나 주력하는 상황이다. WHO는 2005년 전염병 경보 시스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단계의 경보를 발령했다.

아시아 시장은 2002~2003년 심각한 호흡기 질병이 발생했을 때도 급락세를 보였다. 사스로는 총 770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아시아 지역에 만연했던 공포에 비하면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이것은 1999년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 오류)로 호들갑을 떨었던 것에 비견할 수 있다. 신종 플루의 공포도 과도한 것인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2009년 아시아 시장의 전망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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