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음력설'을 '양력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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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휴일 축소방안과 이중과세 문제가 차기대통령 진영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공휴일이 너무 많다, 세계화 추세에 맞춰 음력설보다 양력설을 쇠는 게 바람직하다는 등의 논의가 있었다.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뛰어야 할 어려운 시점에서 연간 17일의 공휴일은 많은 게 사실이다.

새 각오로 출발하는 새해 벽두부터 이틀 쉬고 또 설날 사흘 이상을 놀고나면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래서 공휴일 재검토론은 여론의 수렴과정을 거쳐 축소쪽으로 가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논의의 방향과 과정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선 음력설보다 양력설이 바람직하니 설날 사흘 연휴를 재검토하라는 식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어째서 이중과세라는 말이 나오게 됐는가.

음력설을 쇠지 못하게 일제가 압박하니 겉으로는 양력설을 쇤 척하고 속으로는 음력설을 쇤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됐던 것이다.

정부수립후 계속 양력설을 연휴로 해오는 과정에서 양력설 쇠는 사람이 늘었는데 6공때 인기에 편승해 구정을 설날로 연휴화하는 바람에 구정이 중심명절로 급속히 바뀌었다.

이제 다시 설날을 없애버린다면 이야말로 옛날의 이중과세로 환원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연초 5일간의 공휴일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선진국 대부분이 새해 첫날만 공휴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두번의 연휴중 한쪽을 하루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양력이든 음력이든 설날 사흘 공휴일도 하루쯤 줄이는 것도 논의해볼 수 있다.

또 추석연휴도 기업체마다 1주일씩 쉬는 관행을 되풀이할 일인지도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공휴일 축소문제를 제기하는 건 마땅하나 연초 설명절을 음력에서 다시 양력으로 바꾸는 문제는 지시일변도로 해결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설이 바뀌는 식이어서는 혼란만 초래한다.

음력설이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국민의 공론에 부쳐 합의를 도출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이를 이중과세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선 소모적 논쟁에 말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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