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봉중근 2승투 … “고맙다, 이진영 3점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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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이진영(29·LG)은 본부석을 향해 몸을 돌렸다. 머리 위로 양손을 들어 하트를 그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부인 박선하(30)씨가 미소 짓고 있었다. LG 이적 후 처음으로 홈구장 잠실에서 그려낸 아치. 박씨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1일 잠실에서 열린 LG-히어로즈전. 1점 차(3-2)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던 5회 말 이진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히어로즈 선발 마일영은 1사 후 페타지니와 최동수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린 상태였다. 이진영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가운데로 몰린 시속 130㎞짜리 슬라이더는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120m짜리 3점 홈런이 됐다. 이때부터 승부는 급격하게 LG 쪽으로 기울었다.

이진영에게는 의미 있는 한 방이다. 지난달 22일 잠실 삼성전에서 베이스러닝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이진영의 고전이 시작됐다. 이후 다섯 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 제외. “결혼(2008년 12월 14일)도 했고, 팀도 옮겼으니 제대로 밥값을 해야 하는데”라는 그의 농담 속에는 적지 않은 부담감이 담겨 있었다.

간절함이 통증을 덜어냈던 걸까. 이진영은 지난달 30일 청주 한화전을 통해 선발 라인업으로 복귀했고, 이적 후 첫 홈런(비거리 115m)을 기록했다. 1일에는 더 큰 구장, 잠실에서 팀 승리를 확정 짓는 아치를 그렸다. 이진영이 만들어낸 3점은 에이스 봉중근에게도 큰 힘이 됐다. 봉중근은 1-0으로 앞선 3회 초 히어로즈 신인 장영석에게 솔로포를 얻어맞는 등 2점을 내줬지만 흔들림 없이 남은 이닝을 처리했다. 봉중근은 8이닝 5피안타·2실점·6탈삼진의 호투로 팀의 9-5 승리와 함께 시즌 2승(3패)째를 수확했다.

인천에서는 SK가 삼성을 2-0으로 누르고, 선두를 질주했다. SK 선발 송은범은 7이닝 6피안타·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제압했다. 류현진(한화)·이현승(히어로즈)과 다승 공동선두(4승)가 됐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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