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 떠올리는 튀밥,어린이 간식으로 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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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돈 벌라고 거리에서 이 장사하는 것이 아니에요. IMF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어렵다며. 싸디싼 튀밥으로 얘들 간식비라도 줄여야지. 늙은이가 경제를 살리는데 할일이 뭐가 있겠어. 옛날 배운 이 기술이라도 써서 각 가정에 도움을 줘야지" 배고프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튀밥기계를 약17년만에 거리로 끌고 나온 김만철 (金萬喆.66.전주시덕진구인후동) 씨의 얘기다.

金씨가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전주시덕진구우아동 진흥아파트 앞 거리에서 기계에 쌀을 넣고 튀밥을 만드는 모습에 어린아이들은 신기한 듯 떠날 줄을 모른다.

지난 60년대부터 튀밥을 튀겨오던 金씨는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튀밥이 어린이들로부터 외면을 당하자 지난 81년 기계를 창고에 처박았다.

그러나 최근 IMF한파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金씨는 시민들이 자녀들의 간식 값을 절약할 수 있도록 튀밥기계를 다시 들고 거리에 나섰다고 했다.

튀밥기계가 20여년전에 비해 달라진 것은 장작을 쪼개 연료로 사용하던 것을 기름으로 대체한 것 뿐이다.

金씨는 쌀 한되를 튀기는데 3천원씩 받고 있는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값의 5분의 1~6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쌀 한되로 튀밥을 20㎏들이 한포대 만들어 1주일을 넉넉히 먹을 수 있을 만큼 간식꺼리로 제격이다.

金씨의 튀밥기계가 다시 등장한 뒤 하루 평균 50여명이 튀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주부 吳정미 (42.전주시덕진구우아동) 씨는 "어렸을때 보았던 튀밥기계를 보니 옛 추억이 되살아난다" 며 "자녀들의 간식비를 줄이는데는 일반 인스턴트 식품보다 값과 양에서 효과가 커 쌀을 3되나 튀겼다" 고 말했다.

전주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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