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지하핵시설 의혹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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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것도 지금껏 의심받아 온 영변 (寧邊) 의 시설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새로운 지하 핵무기 시설을 건설중일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아직 한.미 (韓.美) 양국 정부의 공식경로를 통해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막대한 경수로건설 비용까지 부담해가며 북한의 핵 위협 해소를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배신감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의혹에 따르면 북한 영변 부근의 하갑지역에서 지하터널을 포함한 시설물들이 포착됐으며 이들 시설에는 핵무기 생산이나 저장소 기능이 있을 수 있다고 정보기관이 우려하는 것으로 미국의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기 위해 94년 이래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벌여온 노력을 북한이 우롱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동안의 대북 (對北)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과의 제네바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 아래 북한의 핵 개발이 동결됐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비록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추구해 온 북한의 과거 핵에 대한 투명성 규명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현수준의 동결을 통해 미래의 핵 개발을 봉쇄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었다.

이는 비단 미국의 대북 핵정책 실패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미국이 협력해 추진해 온 한반도 안정을 위한 그동안의 모든 정책구도까지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금 당장 북한 지역에 우리 근로자가 파견돼 진행중인 경수로 공사의 지원 타당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어려운 경제형편에도 경수로 건설공사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기로 한 것은 물론 남북한의 경제적 교류와 화합 기대도 있었지만 북한의 핵무기 위협 해소를 기본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새 핵 의혹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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