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와 공교육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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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와 공교육 강화

경쟁력·차별화·서비스 마인드
시대적 요구를 잘 간파해야

얼마 전 교육과정평가연구 원이 16개 시도 교육청 별로2005~2009년의 5년 간 수능시험 결과를 공개했다.232개 시군구 가운데 언어수리외국어 영역별로 상위 20위 순위도 함께 공개했다. 그 동안 비밀의 방에 꼭꼭 숨겨져만 있던 수능성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분위기지만, 원하는 수준만큼 더 상세히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다소 미흡하게 느끼는 듯하다.이에 앞서 초중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했다. ‘학교알리미’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초중등 교육정보가 다양하게 공시되면서 이제 전국의 교육 기관들은 바야흐로 ‘정보공개’라는 시대적 요구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만족스러운 자료를 공개하도록 끊임없는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되면 머지 않아 각 학교별 수능 성적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담임선생님별로 학급을 얼마나 잘 관리했는지에 대한 결과도 수치로 나타날 것이며, 학생들이 내는 보충수업비가 어떤 명목으로 어떻게 쓰여지는지, 대학 졸업생이 어느 기업에 몇 명이나 취업을 했는지 조차도 매우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자료를 매번 준비하고 공개해야 되는 담당자들의 노고를 미리 위로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기업에서나 사용되던 ‘변화 경영’ ‘서비스 마인드’ ‘경쟁력’ ‘차별화’ 같은 말들이 공교육 기관에도 접목되기 시작할 것이다. 학교들은 선진 마케팅 전술을 배우기에 바쁠 것이며, 교장 대신 전문 경영인이 교육 현장에 투입되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정보공개의 확대는 더 많은 고객(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더 나은 서비스를 찾아 신속히 이동할 준비가 돼 있는 소비자가 바로 국민이니까. 경쟁력을 갖추고 변화하는 환경에 재빠르게 적응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듯이, 공교육 기관들도 이제 본격적인 생존의 문제를 고민해야 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을 이끌어야 된다는 어설픈 책임감으로 되도 않는 교육정책들을 내 놓지 않아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공교육을 강화시켜 줄 테니,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한발 물러나서 정보공개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면 될 것이다.

문상은 정상JLS 입시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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