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멕시코 인플루엔자? 병명도 ‘아 머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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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인플루엔자(SI·Swine Influenza) 명칭을 둘러싼 혼선이 국내외에서 계속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SI 확산으로 중국·러시아 등 각국이 북미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자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29일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정부 일각에서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용어 때문에 이 질병이 돼지고기로부터 감염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축산농가 등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리처드 베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 직무대행은 “현재 더 나은 표현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CDC는 최근 SI가 돼지·인간·조류 바이러스가 혼합된 새로운 종류의 인플루엔자라고 밝혔으며, 과학적 용어로는 ‘A형 H1N1계 인플루엔자’로 분류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H1N1 인플루엔자’로 쓸 것을 제안했다.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들도 이름 변경에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종교적으로 돼지고기를 금기로 여겨 먹지 않는 전통을 갖고 있는데 SI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은 SI를 멕시코 인플루엔자(MI)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I로 통일됐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29일 브리핑에서 “돼지 인플루엔자를 29일부터 SI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날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SI는 내년 유행하는 계절 인플루엔자(Seasonal Influenza)와 혼용될 수 있으므로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전 센터장은 “일부에서 MI나 북미 인플루엔자를 뜻하는 NI로 부르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국제적으로 인정된 용어는 아니다”며 “WHO 등에서 공식적으로 명칭을 확정할 때까지만 잠정적으로 SI로 부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안혜리·권혁주·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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